배달기사와 택배기사 등 도급제·플랫폼 종사자에게 최저임금을 별도로 적용할지를 둘러싼 논쟁이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노동계는 법적 근거가 이미 마련돼 있는 만큼 제도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경영계는 근로자성 판단과 비용 부담 문제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논의의 출발점은 최저임금법 제5조 제3항입니다. 해당 조항은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산정하기 어려운 도급제 근로자의 경우 별도의 방식으로 최저임금을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노동계는 이 조항이 1986년 법 제정 이후 사실상 활용되지 못했다며 이제는 실질적인 제도 운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노동계는 플랫폼 기업들이 이미 디지털 시스템을 통해 배달기사 등의 업무 수행 시간을 관리하고 있는 만큼 노동시간 산정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대기시간과 이동시간, 업무 준비 및 정리 시간 등을 반영해 최소한의 시간당 소득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아울러 도급제 최저임금 논의가 향후 플랫폼 노동자 보호를 위한 최저보수제 도입의 기초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반면 경영계는 도급제·플랫폼 종사자 상당수가 개인사업자 신분인 만큼 현행 최저임금 제도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고 주장합니다. 업무량과 이동거리, 소요시간 등이 모두 다른 상황에서 별도의 최저임금 기준을 만드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제도 도입 시 플랫폼 기업과 소상공인의 비용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지점은 근로자성 인정 여부와 보수 산정 방식입니다. 노동계는 보호 필요성을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경영계는 법적 지위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은 최저임금위원회 권한 범위를 벗어난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플랫폼 노동이 확산되는 현실에 맞춰 노동자 보호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기존 노동법 체계 밖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최소한의 소득 보장 장치마저 적용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해외에서도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사회적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40년 전 마련된 법적 근거가 여전히 법전에만 머물러 있는 사이 플랫폼 노동자는 빠르게 늘어났습니다. 변화한 노동 현실에 맞춰 도급제 노동자에게도 최소한의 소득 안전망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해법 마련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됩니다.
민주노총 특수고용 대책회의가 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최저임금위원회 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특고·플랫폼 적정보수 보장과 도급제 최저임금제 쟁취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