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 지방 이전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한동안 잠잠했던 논쟁이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추진과 맞물리면서 재점화되는 분위기입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전북입니다. 전북 정읍·고창을 지역구로 둔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농협중앙회 본사를 서울에서 전북특별자치도로 이전하는 내용을 담은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농촌진흥청과 국립농업과학원 등 주요 농생명 기관이 전북에 모여 있는 만큼 농협중앙회도 함께 이전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전북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전남과 경북 역시 농협중앙회를 주요 유치 대상으로 꼽고 있습니다. 전국 최대 농업 지역이라는 점을 내세우며 농업 현장과 가까운 곳에 농협 본부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정부가 공공기관 2차 이전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히면서 지역 정치권의 기대감도 커지는 모습입니다.
듣기만 하면 충분히 설득력 있는 주장입니다. 농협은 이름 그대로 농업인을 위한 조직입니다. 농업 관련 기관이 밀집한 지역이나 농업 비중이 높은 지역으로 본사를 옮기자는 주장은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시대적 과제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방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취지에도 부합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농협중앙회는 일반 공공기관과 다릅니다. 전국 농업인이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협동조합 조직입니다. 정부가 이전 대상 기관으로 지정한다고 해서 곧바로 옮길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무엇보다 현재 서울 서대문구에 자리 잡은 농협중앙회 본사를 옮기는 문제는 단순히 건물 하나를 이전하는 차원이 아닙니다. 중앙회 직원들의 이주 문제는 물론이고 농협금융지주와 NH농협은행, 농협생명, 농협손해보험 등 주요 계열사와의 업무 연계도 고려해야 합니다. 수천 명에 달하는 임직원과 조직 운영 체계를 함께 옮겨야 하는 만큼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과거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과정에서도 직원들의 정주 여건과 가족 동반 이주 문제는 주요 과제로 꼽혔습니다. 실제 이전이 이뤄진 이후에도 수도권 거주를 유지하거나 주말부부 생활을 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습니다. 농협중앙회 역시 비슷한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농협중앙회 이전 논의는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명분과 현실적인 비용 사이의 줄다리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 논의가 본격화할수록 농협중앙회 이전 요구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지역의 기대만으로 결론이 나기에는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정말 농협중앙회가 서울을 떠나게 될지, 아니면 또 하나의 지역 숙원사업으로 남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사진은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모습.(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