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을 찾았습니다. 시장은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고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자리를 채운 손님은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훨씬 많았습니다. 국적도 다양해 여러 언어가 동시에 들렸습니다. 누가 봐도 외국인 관광객이 즐겨 찾는 명소임이 분명했습니다.
(이미지=챗GPT)
들뜬 마음으로 노점상에서 돼지껍데기를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테이블에 놓인 돼지껍데기는 이미 차게 식어 있었습니다. 음식을 입에 넣자마자 지인과 눈을 동그랗게 뜰 수밖에 없어씃ㅂ니다. 다른 메뉴는 어떨까하고 잡채를 살펴봤습니다. '비건 잡채'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는데 고기는 없고 시금치 몇 가닥만 들어 있었습니다. 한국인들이 즐겨 찾는 먹음직스러운 한식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옆 테이블에 앉은 외국인들도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노란 머리의 외국인 일행이 떡볶이를 주문했는데 1인분으로 나온 양은 몇 조각에 불과했습니다. 함께 시킨 닭발은 차갑게 식어 있었습니다. 이들에게는 그것이 처음 맛보는 한국 닭발이었습니다. 그 첫인상이 한국 음식 전체에 대한 인상으로 남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K-푸드와 K-컬처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정작 한국의 대표 전통시장에서 마주한 음식의 수준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좁은 자리에 손님을 다닥다닥 붙여 앉히며 회전율을 높이는 동안 음식의 질은 뒷전으로 밀린 듯했습니다. 추가 주문을 하려던 계획은 접었습니다. 맛에 대한 아쉬움보다 부끄러운 마음이 더 컸습니다.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노점 상인들은 지나가는 외국인들을 붙잡고 호객하기에 바빴습니다. 외국인 손님들은 대부분 현금으로 결제했습니다. 장사가 잘 되겠다고 묻자 상인은 아니라고 답했습니다.
광장시장의 바가지요금과 위생 문제는 이번에 처음 제기된 게 아닙니다. 올해 4월에는 한 노점이 외국인 관광객에게 생수 한 병을 2000원에 판매한 사실이 알려져 상인회에서 사흘간 영업정지 처분을 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8000원짜리 순대에 고기를 임의로 섞어 1만원을 받은 노점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문제가 끊이지 않자 종로구는 이번 달부터 노점 실명제를 실시하고 벌점이 1년간 120점을 넘거나 위반 횟수가 4회에 이르면 해당 노점을 영구 퇴출하기로 했습니다
광장시장의 차갑게 식은 돼지껍데기와 시금치 몇 가닥이 전부였던 잡채는 이제 달라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