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코리아가 오는 22일 전국 매장 영업을 오후 3시에 조기 종료하고 임직원 대상 역사 인식·사회적 감수성 교육을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조롱을 연상시키는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에 대한 후속 조치입니다. 선불카드 환불과 대표이사 해임, 관련자 직무 배제에 이어 약 21억원의 매출 손실까지 감수하는 이례적 결정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단순히 실무자 개인의 일탈이나 직원의 실수로 정리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비켜가는 접근입니다. 기업에서 특정 마케팅 문구 하나가 외부에 공개되기까지는 기획, 검토, 승인 등 여러 단계가 존재합니다. 특히 수천만명의 고객을 보유한 대형 소비재 기업에서 역사적 상처와 사회적 갈등을 연상시킬 수 있는 표현이 걸러지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내부 통제 시스템의 실패를 보여줍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논란이 신세계그룹에서 처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정용진
신세계(004170) 회장은 과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멸공' 발언을 공개적으로 게시하며 정치·이념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당시 신세계 계열 브랜드를 둘러싼 불매운동이 벌어졌고, 기업 가치와 무관한 총수 개인의 정치적 메시지가 소비자 갈등으로 번진 대표적 오너 리스크 사례로 평가됐습니다.
물론 이번 스타벅스 사태가 정 회장의 직접 지시로 발생했다고 볼 근거는 전무합니다. 그러나 기업 문화는 위에서 아래로 형성됩니다. 총수의 언행이 정치·이념 논란을 반복적으로 불러온 기업이라면, 내부의 사회적 감수성과 역사 인식이 충분히 작동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사태 이후 관련자를 직무 배제하고 대표이사를 교체했습니다. 하지만 대표이사 교체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논란이 반복된다면 이는 개인의 실수가 아니라 조직 문화와 내부통제, 나아가 지배구조의 문제로 봐야 합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신세계그룹의 핵심 소비재 계열사입니다. 브랜드 가치가 곧 경쟁력인 회사에서 사회적 논란이 반복된다면 이사회와 감사기구의 역할도 점검 대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마케팅 리스크 관리 체계는 제대로 작동했는지, 총수 리스크를 통제할 장치는 있는지 물어야 합니다.
매장 문을 반나절 닫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에 대한 답을 내놓는 것입니다. 스타벅스 사태의 진짜 교훈은 역사 교육이 아니라 지배구조 개혁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직원 몇 명을 문책하는 것으로 끝난다면 다음 논란 역시 또 다른 '개인의 실수'라는 이름으로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스타벅스 코리아가 최근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과 관련해 오는 17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을 비롯한 이마트 부문 계열사 임원 및 스타벅스 코리아 임직원을 대상으로 역사 인식 및 사회적 감수성 교육을 실시한다. 이어 22일에는 전국 매장 영업을 오후 3시에 조기 종료하고 점포별로 동일한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스타벅스 코리아가 전 매장 영업을 일제히 조기 종료하는 것은 1999년 국내 진출 이후 처음이다. 사진은 15일 대구 소재 스타벅스 매장의 모습.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