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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가 바뀐 경우의 수 & 죽음의 조
입력 : 2026-06-15 오후 5:02:56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우리나라가 월드컵에 나갈 때마다 경우의 수는 늘 우리와 함께 했습니다. 대회마다 24개국이 진출하던 1986년 월드컵, 1990년 월드컵, 1994년 월드컵의 경우는 조별예선에서 2위 이상 혹은 3위 중 상위에 랭크되면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32개국 체제인 1998년 월드컵부터 2022년 월드컵은 조별예선에서 2위 이상이어야 했습니다.
 
선수들과 감독은 경우의 수를 실현하려 아둥바둥했고, 시청자들은 계산하느라 아둥바둥해왔습니다. 그리고 미완에 그친 적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많았습니다.
 
24개국 체제였던 86년과 90년은 조 꼴찌, 94년은 3위 중 하위에 그쳤습니다. 32개국 체제 이후로는 16강 진출한 게 3번인데, 못 진출한 게 4번입니다. 조별예선 탈락 4번 중 2번은 최하위이고 토너먼트 진출 3번 중 조 1위를 차지한 건 한국이 개최국인 2002년 뿐입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에서 경우의 수는 곧 겨우겨우 16강에 진출할 확률을 의미했습니다. 그래서 보통 경우의 수를 따진다고 하면 조별예선 마지막 3번째 경기를 남겨놓고 따졌습니다. 특히 2번째 경기는 패배 아니면 무승부 밖에 없고 승리한 적은 0%이기 때문에, 좋거나 망치거나 무난했던 1번째 경기와 만만치 않을 3번째 경기와 합산해서, 최적의 결과를 쥐어짜내려고 했던 겁니다.
 
그런데 이번 월드컵은 뭔가 다릅니다.
 
1) 이제 체코전, 즉 1번째 경기가 끝났는데 경우의 수를 따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2) 게다가 1위, 2위, 3위를 할 때의 토너먼트 진출을 따지는 식으로 경우의 수를 따지는 양상입니다.
 
11일(현지시간) 멕시코 사포판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1차전 한국과 체코의 경기. (멕시코 할리스코주 사포판=연합뉴스)
 
이렇게 된 이유는 우리가 이겨놨다는 점, 그리고 조별예선 3위 중 상위 랭크가 되면 토너먼트로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이 합쳐졌기 때문입니다. 사실 후자의 경우는 24개국 체제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그 때는 우리가 1번째 경기를 이겨놓지 못하고 잘해야 비긴 게 문제였습니다. 여기에 남은 상대 중 남아프리카공화국이라는 약체가 있다는 점, 1위를 하면 개최국 멕시코가 짜놓은 고지대를 선점할 수 있다는 점 등도 경우의 수를 형성하는 요인들입니다.
 
이처럼 경우의 수의 의미가 미묘하게 바뀐 것과 함께 죽음의 조의 의미도 바뀌었습니다.
 
원래 죽음의 조는 조별예선을 통과하기 어려운 조를 의미합니다.
 
그런데 특히 이번 월드컵에서 일본의 상황을 가리킬 때의 '죽음의 조'라는 수식어를 붙일 때는 단순히 그 조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덧붙는 말들이 있습니다. 토너먼트 시작점인 32강에서 어려운 상대를 만나게 된다는 겁니다. 1위하면 지난 대회 4강 모로코, 2위하면 브라질, 3위하면 지난 대회 준우승 프랑스를 만날 확률이 높다는 식으로요.
 
이런 이야기들에 내포된 의미는 일본이 32강 진출 확률이 높다는 시각일 겁니다. 32개국 체제부터 월드컵에 참여한 일본은 조 1위로 16강 진출한 적이 2002년 개최국일 때만이 아니라 2022년 월드컵도 있습니다. 2022년은 스페인과 독일을 꺾고 죽음의 조를 통과한 때이기도 합니다. 독일, 브라질, 잉글랜드 등 각종 강호들을 평가전에서 격파한 점도 작용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가장 전력이 강할 것으로 보이는 네덜란드와 비기면서 토너먼트 진출 확률을 한층 더 높인 상황입니다.
 
결국 경우의 수든, 죽음의 조든 그 당사자들의 실력이 변하면 인식까지 바꿀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실력이 더 발전하면 앞으로 어떤 인식이 더 바뀔지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신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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