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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속' 또는 '패싱'
입력 : 2026-06-15 오후 3:56:56
[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방한은 할리우드 스타를 방불케 할 정도의 화제를 낳았다. 시가총액 1위이자 인공지능(AI) 시대 핵심 기업 수장이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국을 찾자 모든 미디어의 눈길이 그를 향했다. 지난해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만난 그는, 이번에는 반도체와 가전, 자동차, 게임업계까지 한국 산업 전반을 누볐다. 마지막 날 기자들 앞에서 “지쳤다”고 토로했을 정도로 숨가쁜 4박5일이었다.
 
지난 8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서울 중구 신라호텔 영빈관 앞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안정훈 기자)
 
황 CEO의 쇼맨십 가득한 방한 일정이 끝난 뒤, 정작 한국 기업들이 얻는 실익이 무엇이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SK그룹과 AI 팩토리 구축 협력을 발표하는 등 일부 성과는 있었지만, 상당수 협력과 투자 계획은 여전히 구체성이 부족한 탓이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역시 지난 8일 황 CEO에게 “한국에서 ‘쇼’만 하지 말고 투자도 해달라”고 말하며 이 같은 시선을 드러냈다.
 
나아가 한국 기업들이 엔비디아에 종속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쿠다-X’ 라이브러리와 ‘피직스네모’를 활용해 차세대 반도체 설계를 맡고, LG전자는 ‘아이작 그루트’를 기반으로 로봇 개발에 나선다. 반도체부터 피지컬AI까지, 미래산업 주요 영역이 엔비디아 생태계에 편입되는 모습이다. 황 CEO 역시 방한 직전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6’에서 한국 시장에 대해 “엔비디아 생태게의 핵심이며 과학과 로보틱스, AI 팩토리 지원 등 할 일이 많은 곳”이라고 평했다.
 
실익 없이 엔비디아에 끌려다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이웃나라 일본에선 이조차 부럽다는 ‘패싱’ 이야기가 흘러 나왔다. 한국, 대만을 잇따라 방문한 젠슨 황이 전통적 제조업 강국인 일본은 건너 뛰었다는 것이다. 대만에서 ‘컴퓨텍스 2026’ 등 굵직한 행사에 직접 참석한 젠슨 황은, 한국에서 기업 경영진들과 만난 데 이어 야구 시구, 예능 촬영까지 나서며 애정을 피력했다.
 
일본 언론은 대만·한국의 반도체 및 AI 경쟁력이 일본을 앞지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만에는 AI 칩 생산의 핵심인 TSMC가 있고, 세계 메모리 시장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핵심 공급망인 한국은 자율주행과 피지컬 AI 분야에서도 협력 여지가 크다는 것. 반면 일본은 이만큼 매력적인 요소를 갖추지 못했다는 얘기다. “반도체 산업 내 일본의 경쟁력 악화뿐만 아니라, AI 혁명에서 완전히 뒤처질 수 있는 리스크를 시사한다”는 경고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러한 차이를 보면, 황 CEO의 방한 역시 AI 패권 경쟁 속 기업의 이해가 철저하게 반영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은 핵심 공급망과 기술 기반을 바탕으로 협력 대상에 포함됐지만, 동시에 엔비디아 생태계 의존도 심화라는 과제를 안게 됐다. 결국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AI 산업 질서 속에서 어떻게 종속되지 않고 실리를 챙길지, 각국의 AI 역량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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