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양균 기자] 원래 이 글은 식량에 대한 유엔의 지속가능한 공급을 논의하는 국제 세미나에서 발표자료로 쓴 것이었습니다. 자리가 그렇듯 희망적이거나 해결책에 대한 정책 방향을 이야기해야 했었기에 결국 발표는 하지 못하고 제 노트북에 저장만 되어 있었던 것을 오늘 나누려 합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기준 53개국에서 2억8000만 명 이상이 심각한 급성 식량 불안에 처해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분쟁은 20개국에서 약 1억4000만 명의 급성 식량 불안을 초래하는 주된 원인이었습니다.
분쟁·불안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 이들이 급성 식량 불안 인구의 약 70%를 차지한다는 점은 총과 칼이 결국 사람들의 밥을 빼앗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는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식량의 무기화. 분쟁이 가져온 이 비극은 지금 가자지구를 비롯해 전 세계 여러 분쟁지역에서 일상화된 공격의 한 형태이다. 사진은 지난 2022년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서. (사진=김양균 기자)
국경없는의사회 소속으로 가자지구에서 인도적 지원 어드바이저로 활동했던 아룬 제간으로부터 ‘식량의 무기화’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 말은 이후 여러 문건에서도 반복해서 나오곤 했습니다. 아룬 제간은 제게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가자지구 북부에는 4천여 명이 살고 있는데 이곳은 마치 기근과 같은 상황을 맞고 있었습니다. 전 식량 지원이 이뤄지지 못해 음식이 전쟁의 무기로 사용되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죠.”
이런 겁니다. 이집트에서 식량을 실은 트럭들이 식량을 싣고 이집트에서 가자지구로 들어옵니다. 전쟁이 격화되자 이스라엘군은 이집트-가자지구 국경에서 차량 이동을 막죠. 그러자 이전에는 350대 넘게 들어오던 트럭은 50대로 줄어들게 됩니다. 어떻게 되겠습니까. 기아는 급속도로 악화됐습니다.
가자지구는 전쟁 이전에는 나름대로 사회 시스템이 작동하던 곳이 전쟁 이후 어떻게 급속도로 망가지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총이 어떻게 밥을 빼앗는지 이보다 명확하게 보여준 예는 없습니다.
아룬 제간과의 만남은 지금으로부터 1년 7개월 전. 이후 상황은 더 잔인해졌습니다. 이동 제한-식량 배급 중단에서 다시 식량 배급에 몰려든 사람들에게 총격이 이뤄지는 ‘식량의 무기화’는 더 지능적이고도 본격적으로 벌어졌습니다.
특히 분쟁 지역의 보건의료 상황에 관심이 많은 터라 분쟁이 끝나고 난 이후 산업적 식량 생산 역량 복구가 가능하겠는지 늘 의문이 들곤 했습니다. 이를 위한 어떤 기술적 대안이 있으며, 그것이 비단 가자지구뿐이겠는가를 고민하게 됩니다. 사람을 살리고, 전쟁을 멈추는 기술이, 그런 기술이 있다면, 분쟁의 배고픔을 극복할 해법까지 찾기를 기원합니다.
김양균 기자 ky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