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은 둘째 아이의 유치원에서 가족 운동회가 있었습니다. 2년에 한 번 씩 열리는 운동회인지라, 아이들은 한 달 전부터 홍팀과 청팀으로 팀을 나누고 각 팀을 대표할 계주 달리기 선수를 선발하는 등 매일을 설레는 마음으로 보냈습니다.
가수 악동뮤지션의 신곡 '소문의 낙원'을 개사한 노래에 맞춰 앙증맞은 율동도 연마했지요.
마침내 운동회 날이 됐습니다. 시작 시간 한참 전부터 행사장에 모인 아이들은 모두가 기대감으로 부푼 표정이었습니다. 아이들만 참여하는 경기, 아빠·엄마 손을 잡고 출전한 경기 모두에 열정적으로 참여했습니다. 아빠 혹은 엄마들만의 경기에는 응원석에서 목이 터져나갈 듯 소리를 쳤습니다.
운동회가 막바지에 달할 무렵, 점수판을 보고 온 아이가 흥분한 얼굴로 말합니다. "엄마, 올해에도 홍팀이 이길 것 같아. 청팀은 언제쯤 이길 수 있을까?"
또 한 번 승리팀에 속해 있다는 자부심은 그만큼 운동회에 열정적으로 진심을 다해 임했다는 아이의 성취 결과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발표된 결과는 4500점 대 4500점. 무승부였습니다. 점수 발표 직전 4200점이었던 청팀의 점수를 슬그머니 4500점으로 고쳤던 사회자는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이 승자"라며 원만하게 행사를 마무리지었습니다.
함께 앉아있던 홍팀 부모들은 '아, 이게 요즘 말로만 듣던 무승부 운동회군요'라며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승리를 빼앗긴 아이들의 얼굴에는 실망이 가득했습니다.
무승부 운동회의 이유는 '상대적 박탈감'. 우리 아이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니 경기는 무조건 비겨야 하고, 아이들 몇 명만 선발해 상을 줘서도 안되는 우리 교육의 자화상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돌고 해야 한다는 조롱과 풍자의 '밈'이 됐습니다.
(사진=넷플릭스)
이렇게 온실 속의 화초 마냥 보호받은 아이들이 과연 독립적인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을리는 만무합니다.
요즘 아이들의 불행한(?) 학교생활은 이 뿐 아닙니다. 불필요한 충돌을 막겠다고 쉬는시간, 점심시간에도 운동장을 뛰어놀기는 커녕 교실 자리만 지켜야 하고, 소풍·체험학습·수학여행의 기회는 이미 박탈된 지 오래입니다.
작은 사회를 경험해야 할 학교가 그저 아이들에게는 답답하고 속박만 하는 장소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요즘 '참교육'이란 제목의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아직 보지 않아서 구체적은 내용을 언급할 순 없지만, 답답한 요즘 학교 현실에 대한 사이다 응징이 있는 듯합니다. 일부에선 되레 씁쓸하다는 반응들도 있답니다.
부디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서도 비정상의 정상화가 이뤄지길 한 명의 학부형으로서 간절히 바라봅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