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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의 선물과 젠슨 황의 선물
입력 : 2026-06-10 오후 5:54:21
어릴 적 산타클로스의 선물은 늘 설렘과 궁금증을 안겨줬습니다. 커다란 포장지를 보고 한껏 기대했다가 막상 열어보니 실망했던 적도 있었고요. 반대로 작은 상자를 받고 시큰둥해했는데, 그 안에 갖고 싶던 워크맨이 들어 있어 하루 종일 들뜬 적도 있었습니다. 선물의 가치는 포장 크기가 아니라 그 안에 무엇이 담겨 있느냐에 달려 있었습니다. 
 
지난주 한국을 찾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보며 문득 산타클로스가 떠올랐습니다. 그는 방한 당시 "선물을 많이 가져왔다"고 말했죠. 그 한마디에 국내 산업계는 들썩였습니다. 젠슨 황과의 만남이 성사된 기업들은 손님맞이에 분주했고,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어떻게든 일정 한 자락이라도 만들기 위해 뛰어다녔습니다. 야구장 시구부터 대학 연구실 방문, 기업 회동까지 그의 동선 하나하나가 뉴스가 됐습니다. 심지어 젠슨 황이 e스포츠 게임단 T1이 운영하는 PC방을 찾아 페이커를 만난 것에 착안해 비슷한 만남을 기획하려는 움직임까지 있었습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사진=뉴시스)
 
모두가 그의 '선물' 안에 포함되고 싶어 했습니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지금 인공지능(AI) 시대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없이는 AI를 만들기 어렵고, 엔비디아 플랫폼 없이 AI 생태계를 논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젠슨 황의 방문이 한국 기업들에게 기회인 것도 사실입니다. 문제는 선물의 의미입니다. 
 
젠슨 황은 산타가 아니기에, 산타의 선물과 같을 수 없습니다. 엔비디아가 한국을 찾은 이유는, 결국은 더 많은 GPU를 팔고 더 큰 AI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입니다. 한국 기업들이 엔비디아의 최신 기술을 도입하고 협력하는 만큼, 반대로 엔비디아 의존도도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기술 표준과 플랫폼, 생태계를 모두 외부 기업에 의존하게 되면 우리는 고객이자 소비자로 남을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그렇다고 엔비디아를 멀리하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선물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겠죠.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통해 기술을 배우고, 경험을 축적하고, 우리만의 서비스와 플랫폼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선물을 받는 데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그 선물을 발판 삼아 더 큰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산타의 선물도 결국 받은 뒤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집니다. 젠슨 황이 한국에 남긴 선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은 모두가 포장지에 시선을 빼앗기고 있지만, 몇 년 뒤 진짜 평가받을 것은 선물의 크기가 아닙니다. 그 선물을 통해 한국이 무엇을 만들어냈는지가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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