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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정권 회복과 선동 사이
입력 : 2026-06-10 오후 9:57:59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6·3 지방선거 이후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유권자의 참정권 행사는 투표용지 부족에 가로막혔습니다. 유권자들은 일주일 동안 거리에서 진상 규명을 촉구하면서 재선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투표가 유권자의 표심을 확인하는 절차이고, 절차에 하자가 있다고 해서 결과를 바꾸지 못한다면 재선거 여지는 극히 적습니다. 현행 선거 체계상 천재지변 등의 사유가 아닌 이상 재선거를 치를 근거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재선거를 요구하는 유권자의 외침이 무의미한 건 아닙니다. 지방자치 대리인을 선출할 주권자가 자신의 의사 표현 기회를 박탈당한 데 대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니까요. 그러니 실제 재선거가 어렵든 아니든 유권자의 요구에는 정당성이 갖춰진 것으로 보입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질책하는 유권자가 일원화된 지휘 체계를 갖추지 않았다는 점 역시 눈여겨봐야 할 대목입니다.
 
종류와 성격, 규모를 떠나 모든 조직은 특정한 시스템으로 굴러가는 이상 다수의 의견과는 다른, 소수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우려를 낳습니다. 반대로 자발적 참여자로만 모인 결사체가 지휘 체계 없이 하나의 대의를 외치면 투박하게 전달될지언정 왜곡되진 않습니다. 2011년 월가를 점령하려 모인 시위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뭉친 주권자들의 아우성은 굴절 없이 전달된다고 봐야겠지요.
 
참정권을 온전히 행사하기 위한 주권자의 집단 행동은 선거 절차를 갈아치우든 선거 관리 조직을 없애고 새로 만들든 공동체를 위한 결론을 낼 가능성이 큽니다. 결론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나름의 의미 부여가 가능할 겁니다. 이번뿐 아니라 수차례 반복됐을지 모를 반민주적 선거 과정의 오점을 해결하는 차원이니까요.
 
(사진=뉴시스)
 
이번 사태를 발판 삼아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집단 또는 개인에게는 다른 잣대를 대야 합니다. 이들에게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부정선거 주장을 강화하고, 나아가 유권자의 투표로 완성된 현재 정치 시스템을 전복하려는 도구로 쓰일 뿐입니다.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정치 결사체의 주장에 힘이 실리면 이는 곧 선동으로 이어집니다. 부정선거 주장이 선동으로밖에 해석되지 않은 건 공동체를 위한 현실적 대안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주장을 살펴보면 추종 세력의 집권 또는 득세가 우선 고려될 뿐입니다. 결여된 정당성 대신 피해의식으로 무장한 선동이 공동체에 필요한 결론을 낼 리는 만무합니다.
 
헌법기관에 의한 정치 참여 방해를 바로잡으려는 주권자의 시도는 정치적 이기심에서 태동한 부정선거론과 다른 맥락에서 다뤄져야 마땅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선거 과정상 착오만 이야기하면 곱지 않은 시선으로들 보니까요. 사족을 달자면, 그만큼 부정선거론이 일반적 시선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이라는 점은 긍정적이긴 합니다.
 
어쨌거나 투표용지 부족 사태 이후의 일들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참정권 회복 운동과 부정선거론 설파 사이에 있는 듯합니다. 정당한 권리 행사 기회를 되찾으려는 주권자가 부정선거론자로 오인받지 않으려면 답은 조속한 선거 관리 조직의 정상화 외엔 없을 듯합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동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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