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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코코아
입력 : 2026-06-09 오후 6:03:04
 
연극 뜨거운 여름. (사진=뉴시스)
상조업계에 따르면 2019년 전체 장례식의 1% 수준이던 무빈소 장례는 지난해 최대 20%까지 늘었다고 한다. 장례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 가족 구조나 경제적 여건의 변화가 반영된 결과일 수도 있다.
 
 무빈소 장례를 둘러싼 반응은 엇갈린다. 누군가는 시대 변화에 맞는 자연스러운 선택이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장례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흥미로운 것은 그 논쟁의 바탕에 대개 어떤 전제가 깔려 있다는 점이다. 장례는 원래 어떠해야 하는가, 죽음을 기리는 방식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각자의 기준 말이다.
 
그런데 그 기준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생각해보면 삶에는 그런 기준이 적지 않다. 좋은 직장은 어떤 곳인지, 행복한 가정은 어떤 모습인지, 성공한 인생은 무엇인지에 대한 기준들이다. 사람들은 종종 그것을 당연한 것처럼 이야기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제로 경험해본 적 없는 경우도 많다. 직접 살아본 적 없는 삶을 상상하고, 본 적 없는 모습을 이상적인 형태로 그려내곤 한다.
 
그 과정에서 이상은 현실보다 선명해진다. 현실의 삶은 복잡하고 모순적이지만, 이상 속 삶은 대개 단순하다. 갈등도 없고 후회도 적다. 그래서 현실은 종종 부족하게 보인다. 비교의 대상이 실제 사람이 아니라 머릿속에서 완성된 그림이기 때문이다.
 
장례에 대한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을지 모른다. 어떤 사람에게 장례는 많은 사람의 배웅을 받는 자리여야 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가장 가까운 이들만의 조용한 작별이면 충분하다. 어느 쪽이 옳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각자가 떠올리는 '좋은 장례' 역시 실제 경험보다 사회적 기억과 이미지, 개인의 기대가 뒤섞여 만들어진 결과일 가능성은 있다. 무빈소 장례의 증가는 단순히 장례 방식의 변화만을 보여주는 현상은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것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온 기준을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
 
삶의 여러 장면에서 그렇듯, 기준은 언제나 존재한다. 다만 그 기준이 실제 경험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가 그려놓은 이상에 가까운 것인지는 한 번쯤 따져볼 만한 문제다. 때로는 가장 강력한 기준일수록 정작 누구도 살아본 적 없는 모습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는 실제보다 상상을 더 믿으며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마셔본 적 없는 맛을 그리워하고, 살아본 적 없는 삶을 동경하면서 말이다. 마치 여름에 코코아를 찾는 것처럼.
 
 
이혜지 기자 zizi@etomato.com
이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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