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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과 '부정'사이
입력 : 2026-06-06 오전 6:00:00
4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과천청사 앞에서 열린 투표용지 부족 사태 관련 항의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5일 전격 사퇴했다. 지난 3일에 있었던 지방선거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직을 내려놓은 것이다. 그는 "국민의 소중한 참정권을 침해하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고, 이후 책임질 일에 대해서 회피하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 
 
그러나 사과와 사퇴에서 멈추면 안 된다. 이번 사태 전 지난해 대선 때는 경기 김포와 부천의 사전투표소에서 투표 시작 전 투표함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2024년 총선 투표용지 2장이 발견됐다. 선관위는 재사용하는 투표함 내부 틈에 총선 당시 투표지가 남아있던 것을 보고 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또 2022년 대선 때는 '소쿠리 투표' 논란, 채용 비리 문제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거듭되는 선관위의 관리 부실은 일부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이들에게 빌미를 제공하는 모습이다. 부정선거에 대해 대다수 국민들은 믿지 않지만, 반복되는 실수에 '혹시'란 생각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우려도 나온다.
 
실제 '사전투표'는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는 황교안 자유혁신 대표는 해당 사건이 발생하자 "선거의 핵심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의 투명성"이라며 "그러나 이번 선거는 그 시작과 과정, 그리고 결과까지 모두 다 결점 투성이 선거로 원천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처럼 부정선거라 할 수 있는 근거는 부족하다. 부실한 관리를 최대한 만들지 않는 것이 부정선거론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문제는 무엇일까. 지금의 선관위 구조를 살펴봐야 한다.
 
현재 선관위는 대한민국 헌법과 선관위법에 따라 독립된 합의제 헌법기관이다. 이는 정권의 선거 개입을 막기 위한 장치지만, 반대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외부의 통제나 책임 추궁이 쉽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더불어 폐쇄적인 조직 문화 때문에 채용 비리가 발생했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또 중앙선관위원장(대법관)과 시도선관위원장(법원장) 등 사법부가 선관위를 겸직하는 구조 탓에 선거 업무의 전문성도 떨어진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정치권에서는 헌법을 개정해 선관위를 행정안전부 산하로 두어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해외의 경우 선관위를 독립 기구로 두는 사례는 적지 않다. 다만 우리나라는 민주화를 발전시키며 겪었던 부정선거로 인해 헌법기관이 된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여야는 이번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야가 합의한 만큼 조속히 조사가 이뤄져서 폐쇄적인 집단의 면면을 꼼꼼하게 살피고 조사해 선관위의 지금의 구조가 최선인지 원점에서 재검토할 시점이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진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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