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기초단체장 정당별 당선 현황. (이미지=뉴시스)
이번 6·3 지방선거는 처음에는 그 어느 때보다 한쪽으로 크게 기운 선거처럼 보였습니다. 선거 전 분위기도, 투표 종료 직후 나온 출구조사도 민주당 우세에 힘을 실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개표함을 열어보니 민심을 그리 단순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출구조사는 완전히 빗나갔고, 예상보다 복잡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양당 모두 마냥 웃기는 어려운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한쪽으로 쏠릴 것 같았던 선거는 한쪽에 힘을 실어주는 듯하면서도, 다른 한쪽에는 견제의 공간을 남긴 채 마무리됐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건 교차투표였습니다. 보통 지방선거에서는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 후보자 줄줄이 찍는 이른바 '줄투표' 경향이 나타나곤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선거 종류에 따라 다른 선택을 한 흐름이 두드러졌습니다.
서울에서는 시장으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를 선택하면서도, 구청장과 시의회에서는 민주당에 힘을 실었습니다. 부산도 시장은 전재수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지만, 기초단체장과 시의회에서는 국민의힘이 상당한 힘을 유지했습니다.
유권자는 한쪽에 권한을 주되, 다른 한쪽에는 감시와 견제의 역할을 남긴 셈입니다. 시장은 맡기지만 의회까지 마음대로 하라는 뜻은 아니고, 정당에 힘을 실어주면서도 전부를 맡기지는 않은 결과로 읽힙니다.
낯선 장면은 아닙니다. 2024년 총선 때도 비슷했습니다. 당시 민주당은 압승했지만, 국민의힘은 가까스로 개헌과 탄핵을 막을 수 있는 저지선을 지켰습니다. 유권자는 정권을 강하게 심판하면서도, 한쪽이 모든 것을 밀어붙일 수 있는 선까지는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유권자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견제와 균형을 계산하고 투표장에 갔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누군가는 인물을 보고 찍었을 것이고, 누군가는 지역 현안을 보고 누군가는 정당을 보고 선택했을 겁니다. 그런데 그렇게 제각각 다른 이유들이 모이고 보니 이상하게도 하나의 균형이 만들어졌습니다.
선거가 끝나고 나면 언론과 평론계에서는 선거 '총평'을 내놓습니다. 그때마다 압승, 참패, 바람, 심판 같은 승패의 언어로 말들로 선거 결과를 해석하려 하는데요. 하지만 유권자의 선택은 그보다 더 복잡한 것 같습니다. 누군가를 이기게 하면서도 마음껏 하라는 뜻은 아니고, 누군가를 지게 하면서도 완전히 사라지라는 뜻은 아닙니다.
제임스 매디슨 전 미국 대통령은 연방주의자 논집(Federalist Papers)에서 "야심은 야심으로 견제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번 선거가 남긴 것도 그 지점인 것 같습니다. 민심은 한쪽으로 움직일 수 있지만, 한쪽에 모든 것을 맡기지는 않습니다. 권력이 커질 것 같으면 견제 장치를 남기고, 한쪽이 너무 약해질 것 같으면 최소한의 균형추를 남깁니다.
민심은 쉽게 예측되지 않습니다. 출구조사가 빗나간 것도, 교차투표가 뚜렷하게 나타난 것도 그 때문이 아닐까요. 한쪽으로 기우는 듯하다가도 끝내 전부를 내주지는 않습니다.
이걸 유권자들의 지혜라고 불러야 할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어찌저찌, 민심은 이번에도 균형을 맞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