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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대장주는 젠슨 황입니다
입력 : 2026-06-02 오후 2:34:37
"젠슨 황이 누구를 만나느냐"가 주가를 움직이는 시장이 됐습니다.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의 방한을 앞두고 국내 증시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만난다는 소식에 LG그룹주가 폭등했고,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회동설에는 네이버가 급등했습니다. 잠실야구장 시구 소식에는 두산로보틱스가 상한가를 기록했습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투자자들은 실적 전망과 목표주가를 들여다봤습니다. 지금은 조금 다릅니다.
"젠슨 황 이번에 누구 만난대?", "네이버 간대?", "LG랑 뭘 하나?"
 
증권가 대화가 마치 연예부 취재 현장처럼 변했습니다. 심지어 황 CEO의 예상 동선을 지도 위에 표시한 사이트까지 등장했습니다. 주요 언론 보도를 모아 회동 장소와 방문 기업, 관련 종목 주가를 실시간으로 보여줍니다. 원래라면 아이돌 콘서트나 스포츠 스타 방한 때 나올 법한 서비스입니다. 그런데 이번 주인공은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의 CEO입니다.
 
생각해보면 참 묘한 장면입니다. 과거 반도체 업계 최고경영자들은 언론 인터뷰도 잘 하지 않았습니다. 공장 준공식이나 실적 발표 때 잠깐 얼굴을 비추는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젠슨 황은 다릅니다. 성수동에서 삼겹살을 먹고, 야구장에서 시구를 하고,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합니다.
 
이쯤 되면 CEO가 아니라 셀럽에 가깝습니다. 물론 이유는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지금 AI 시대의 중심에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엔비디아 AI칩에 들어가고, 국내 기업들은 엔비디아 공급망에 들어가기 위해 경쟁합니다. 시장이 황 CEO의 행보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실제 계약이 체결된 것도 아닙니다. 투자 계획이 발표된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만난다더라"는 소식만으로 수조원의 시가총액이 움직입니다. 밥 한 끼 먹는 일정이 기업설명회(IR)보다 강력한 재료가 되는 순간도 나옵니다.
 
시장은 원래 기대를 먹고 움직입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를 보면 기대를 넘어 상상력까지 거래하는 것 같습니다. 구광모 회장을 만나면 LG(003550)가 오르고, 이해진 의장을 만나면 NAVER(035420)가 오르고, 야구장에 가면 두산(000150)이 오릅니다. 만약 젠슨 황이 동네 편의점에 들렀다면 편의점 관련주도 움직였을지 모를 일입니다.
 
한국 증시는 오랫동안 정치 테마주, 대선 테마주, 메타버스 테마주를 만들어왔습니다. 2026년의 새로운 테마는 어쩌면 '젠슨 황 테마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젠슨 황 열풍이 완전히 허상인 것은 아닙니다. 엔비디아는 AI 시대의 중심에 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그 공급망의 핵심 축입니다. 시장이 그의 한마디와 행보에 주목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회동이 곧 계약은 아닙니다. 사진 한 장이 실적을 보장하지도 않습니다. 밥 한 끼가 기업 가치를 바꾸는 것도 아닙니다. 기대와 현실 사이에는 언제나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적어도 이번 주만큼은 시장도, 투자자도, 언론도 모두 같은 방향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도 아니고 SK하이닉스도 아닙니다. 바로 젠슨 황입니다.
 
 
서울 강남구 깐부치킨 삼성점 모습.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이번 주 방한해 주요 그룹 총수들과 회동을 가질 것으로 알려지며 제2의 깐부회동이 성사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사진=뉴시스)
 
김주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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