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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K-컬처
입력 : 2026-06-03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10일 전 지갑을 잃어버렸습니다. 지갑 안에는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 현금과 각종 신용카드가 들었습니다. 지갑을 주운 사람은 개인정보는 물론 계좌와 연결된 모든 카드를 손에 넣는 셈입니다.
 
카드 사용 시 추적이 가능한 세상이라 습득자가 함부로 하지 못하는 걸 알지만, 개인 신용이 담긴 지갑을 잃어버렸다는 큰 상실감과 불안에 며칠 동안 뒤를 살폈습니다. 당시 머물렀던 자리와 거리를 샅샅이 살피고, 들렀던 가게에 전화하며 지갑의 행방을 찾았습니다. 경찰민원24에 지갑 분실 등록도 했습니다.
 
다만 신분증과 카드 분실 신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임에도 지갑이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누군가 찾아주지 않을까란 희망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지갑이 다시 돌아올 거란 기대에 신분증과 카드를 모두 재발급받는 불편을 감수하고 싶지 않았던 마음도 있었습니다.
 
한 시민이 쿠키를 사기 위해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갑 행방을 기다린 지 10일째, 이제는 미련을 버려야겠다고 다짐했을 때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누군가 길에서 지갑을 주워 경찰서에 가져다준 수고로움 덕에 깜깜무소식이던 지갑을 찾게 됐습니다.
 
전화를 건 경찰은 신분증, 카드부터 소액의 현금과 명함까지 모두 잘 있다는 희소식을 전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성에 소위 '국뽕'이 차오르는 순간이었습니다. 지갑을 잃어버려도 다시 돌아오는, 카페에 가방과 노트북을 두고 화장실을 다녀올 수 있는 나라에 산다는 일상적인 사실이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유럽 여행에서 가방과 핸드폰을 소매치기 당할까 도난 방지 스트랩을 단단히 걸고 길을 걸었던 일, 중국 상하이역에서 주머니 속 핸드폰을 슬쩍 가져간 사람을 잡아 돌려 받았던 일 등이 떠올랐습니다.
 
K-팝·무비·드라마부터 심지어 K-외교까지 온갖 것에 붙여진 K-컬처 중 진짜 자랑스러운 한국적인 문화는 서로 간의 신뢰입니다. 집 앞에 택배 상자를 하루종일 둘 수 있는 나라가 얼마나 될까요. 신뢰가 다져진 사회에서 절약되는 사회적 비용은 가치를 매기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는 시대가 변해도 우리가 지켜야 할 진짜 K-컬처입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김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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