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수현씨와 고 김새론씨를 둘러싼 논란은 우리 사회가 유명인의 삶을 어떻게 소비하고 파괴하는지를 보여준 사건입니다. 최근 경찰은 김수현씨가 고 김새론씨가 미성년자였을 때 교제했다는 의혹을 허위라고 판단했습니다. 경찰은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를 운영하는 김세의 대표가 허위임을 알고도 인공지능(AI)으로 조작된 음성 파일과 편집된 카카오톡 캡처 등을 동원해 비방을 이어갔다고 보고, 관련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문제는 사실관계가 확인되기 전부터 무분별한 받아쓰기가 일파만파 확산됐다는 점입니다. 언론은 의혹을 검증해야 했지만, 상당수 보도는 진위를 따지기보다 자극적인 '카더라'를 확대 재생산하는 데 그쳤습니다.
언론의 역할은 대중의 호기심을 대신 충족시켜주는 것이 아닙니다. 폭로가 공익적 사안인지, 증거는 신빙성이 있는지, 반론권은 보장됐는지 따져야 합니다. 하지만 연예인의 사생활 앞에서 이 기본 원칙은 너무 자주 무너지고, '알 권리'라는 말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명분으로 쉽게 동원됩니다.
고 이선균씨 사례도 같은 문제를 남겼습니다. 수사 결과가 확정되기 전부터 피의사실과 사생활성 정보가 경쟁적으로 보도됐고, 이후 남은 것은 공적 심판대 위에서 물고 뜯기다 끝내 무너진 한 사람의 삶이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연예인을 대하는 태도에는 기묘한 양면성이 있습니다. 스타가 빛날 때는 외모와 재능, 인기와 부를 칭송합니다. 그러다 작은 흠집이나 의혹이 생기면 태도는 돌변합니다. '돈을 많이 벌었으니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 '대중의 사랑으로 먹고살았으니 심판도 받아야 한다'는 말들 속에 찬양과 마녀사냥은 손바닥 뒤집히듯 바뀝니다.
왜 대중은 유독 연예인의 추락에 쾌감을 느끼는 걸까요. 그 밑바닥에는 단순한 도덕적 심판이 아닌 시기심도 섞여 있는 것은 아닐까 합니다. 연예인의 성공 뒤에는 혹독한 경쟁과 훈련, 불안정한 감정노동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중에게 보이는 것은 화려한 얼굴, 광고 계약, 고가의 집, 팬들의 환호입니다. 그러다 보니 그들이 쌓은 부와 인기는 쉽게 얻은 것처럼 여겨지고, 의혹 그 자체가 질투의 배설구로 작용합니다.
이번 사건이 더 위험한 이유는 AI 기술 때문입니다. 이제 음성 파일과 사진, 문자 캡처도 그 자체로 진실의 증거가 되기 어려운 시대가 됐습니다. 그럴수록 언론의 검증 책임은 더 무거워져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언론은 종종 의혹의 확성기가 됩니다. 허위 가능성이 있는 사생활 폭로를 충분한 검증 없이 보도했다면, 그 보도 역시 피해를 키운 행위입니다.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아놓고 뒤늦게 '몰랐다'고 말하는 사과는 유명무실합니다.
언론은 받아쓰기를 멈춰야 하고, 대중은 클릭하기 전에 멈춰야 합니다. 유명인의 사건을 둘러싸고 쏟아지는 '지라시'식 기사들, '마약을 했다더라', '미성년자와 교제했다더라'는 식의 확인되지 않은 말들은 도덕이란 미명 아래 한 사람을 잔인하게 몰아붙입니다. 도파민 중독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쉬운 쾌락이 아니라 타인의 존엄을 지켜주는 인간다움이자 품격입니다.
김세의 가로세로연구소 대표가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