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 GTX-A 삼성역 기둥 철근이 절반만 박혔습니다. 지하 5층, 수십만 시민이 매일 스쳐 지나갈 공간 얘기입니다. 지금부터 할 이야기가 충격적인 건 지금 이 나라 공사 현장 안전 관리 체계가 얼마나 형식적인지, 그리고 관련자들이 얼마나 재빠르게 공을 넘기는지가 낱낱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건의 순서를 보면 허탈합니다. 시공사 현대건설은 지난해 10월 스스로 철근 누락을 인지하고 같은 달 말 감리단장에게 보고했습니다. 그런데 감리회사 삼안은 철근이 빠진 사실을 알면서도 검측 체크리스트의 모든 항목에 '합격'을 찍었습니다. 설계와 다르게 철근 178t이 빠진 중대 결함이 확인된 상황에서 나온 '합격' 판정이었습니다. 감리의 존재 이유 자체를 스스로 무너뜨린 셈입니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시공사로부터 이메일 보고를 받았습니다. 이후 국토부·철도공단과 6개월 동안 15차례 넘게 대면하고 현장점검까지 나섰지만, 어느 자리에서도 철근 누락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보강 대책을 세운 후 보고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는 게 서울시의 해명입니다. 시민의 안전보다 체면 관리가 먼저였다는 고백과 다를 바 없습니다.
책임 공방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서울시는 "철도공단에 여섯 차례 보고했다"고 했고, 철도공단은 "그 보고에 철근 누락은 없었다"고 받아쳤습니다. 서울시는 처음엔 "시공·감리는 현대건설과 삼안 책임"이라고 했다가, "최종 책임은 국토부"라고 말을 바꿨습니다.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은 국회에서 "시장에게 보고한 바 없다"고 했고, 임명권자인 시장은 뒤로 빠졌습니다. 공을 넘기는 속도만큼은 놀랍도록 일사불란합니다.
정치권은 한 발 더 나아갔습니다. 마침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라, 이 사안은 순식간에 서울시장 선거의 공방 소재로 변질됐습니다. 누가 더 많이 책임져야 하는지를 따지기보다 어떻게 하면 상대에게 더 많이 떠넘길 수 있는지에 집중하는 모양새입니다. 시민의 안전은 선거 레이스의 연료가 됐습니다.
죄인이 누군지는 사실 어렵지 않습니다. 철근을 빼먹은 시공사, 알고도 합격 도장을 찍은 감리회사, 반년 동안 입을 닫은 서울시, 공문 속에 묻어둔 철도공단, 보고 체계를 방치한 국토부 모두입니다. 그런데 이들은 지금 책임을 나눠지는 게 아니라 책임을 나눠 피하고 있습니다. 누구도 죄인이 되지 않으려는 시스템 안에서, 결국 죄를 뒤집어쓰는 건 그 기둥 위를 걷게 될 시민뿐입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