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스타벅스코리아는 창사 이후 가장 큰 브랜드 위기 중 하나를 맞았습니다.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맞춰 진행한 이른바 '탱크 데이' 마케팅이 역사 인식 논란으로 번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기 때문입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빠르게 사과했고 스타벅스코리아 대표이사도 교체됐습니다.
이번 사태를 두고 단순히 논란이 커졌기 때문이라고만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스타벅스는 단순한 커피 프랜차이즈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들이 스타벅스 앱에 충전해 둔 선불충전금과 사용하지 않은 기프티카드가 쌓여 사실상 거대한 현금 저장고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소비자 신뢰가 흔들릴 경우 이러한 스타벅스의 수익 구조는 가장 먼저 영향을 받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신장식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스타벅스의 선불충전금과 미사용 기프티카드 규모는 4542억원에 달했습니다. 전년보다 449억원 늘어난 규모입니다. 지방 중견 저축은행 1개사의 예·적금 수신고와 맞먹는 수준입니다. 소비자들이 미리 맡겨 놓은 돈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셈입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스타벅스가 각종 규제를 피해 이 돈을 활용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소비자들이 충전해 둔 돈을 금융 상품에 투자하고 여기서 발생한 수익을 기업의 몫으로 쌓는 구조입니다.스타벅스는 지난해 현금성 자산 비중을 줄이고 금융상품 투자 규모를 늘렸습니다. 의원실은 이를 토대로 지난해 관련 이자수익이 약 231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물론 스타벅스 입장에서 불법은 아닙니다. 머지포인트 사태 이후 선불충전금 상당 부분을 하나은행 신탁을 통해 관리하고 있 원리금 손실 가능성이 낮은 자산 중심으로 운용하고 있다는 설명도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고객들은 이 돈을 맡기면서 아무런 이자를 받지 못합니다. 반면 기업은 해당 자금을 활용해 연간 수백억원의 금융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금융회사와 유사한 형태로 거액의 자금을 운용하면서도 금융회사와 같은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른바 '스벅 뱅크'라는 표현까지 등장했습니다.
여기에 낙전수익 문제도 있습니다. 낙전수익은 소비자가 충전해 놓고 사용하지 않은 선불충전금이나 적립 포인트가 유효기간 만료 등으로 소멸되면서 기업 수익으로 귀속되는 돈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스타벅스의 미사용 포인트 부채는 약 267억원에 달했습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시간이 지나면 결국 기업 수익으로 전환됩니다.
실제 온라인에서는 스타벅스 선불카드 환불 규정을 둘러싼 불만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현재는 최종 충전금의 60% 이상을 사용해야 잔액 환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 표준약관에 따른 것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남은 금액을 환불받기 위해 추가 소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결국 충전금이 오래 남을수록 기업에는 유리한 구조가 형성되는 셈입니다.
문제는 이 같은 선불충전금이 금융당국의 직접적인 관리·감독 대상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스타벅스 선불카드는 자사 매장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폐쇄형 구조입니다. 여러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 등과 달리 전자금융거래법상 선불전자지급수단으로 분류되지 않습니다. 금융감독원의 감독이나 검사도 받지 않습니다.
금융당국은 현행법상 요건에 따른 결과라고 설명합니다. 발행자와 사용처가 동일하고 범용성이 없는 만큼 전금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다만 수천억원 규모 자금이 사실상 금융업과 유사한 방식으로 운용되는데도 규제 밖에 있다는 점을 쉽게 납득하기는 어렵습니다.
정용진 회장이 이번 논란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도 결국 이 지점에 있을지 모릅니다. 스타벅스의 가장 강력한 자산은 매장 수나 브랜드가 아니라 소비자 신뢰입니다. 그리고 '스벅 뱅크'를 움직이는 원천 역시 소비자들이 기꺼이 맡겨 놓은 수천억원의 선불충전금입니다. 소비자가 등을 돌리는 순간 수익 구조 역시 흔들릴 수 있습니다. 스타벅스 코리아의 마케팅이 단순 역사 조롱 논란을 넘어 소비자 신뢰 훼손까지 이어진 가운데 정 회장의 사과만으로 사태가 진정되긴 어려워 보입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스타벅스.(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