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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에 갇힌 총인건비 제도
입력 : 2026-05-26 오전 11:44:35
총인건비제는 정부가 공공기관 인건비 지출 규모를 일정 범위 안에서 관리하기 위해 운영하는 제도입니다. 기관별 인건비 증가율에 기준을 두고 이를 초과할 경우 경영평가 등에 반영하는 방식입니다. 제도 취지는 공공기관의 재정 운영을 관리하고 인건비 증가를 통제하는 데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비용을 하나의 기준 안에서 관리하기 시작하면 때로는 현실과 맞지 않는 장면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최근 신용보증기금 임금피크제 소송 판결금 논란 역시 그런 사례 중 하나로 보입니다.

신용보증기금은 임금피크제 관련 소송에서 최종 패소해 약 130억원 규모의 판결금을 지급했습니다. 그런데 재정경제부가 해당 비용을 총인건비에 포함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법원 판결에 따라 지급한 일회성 비용이 기관 인건비 증가분으로 계산된 것입니다.

논란의 핵심은 비용 규모 자체가 아닙니다. 법적 의무에 따라 발생한 비용까지 일반적인 인건비 증가와 동일한 기준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냐는 점입니다. 기관이 자체적으로 인건비를 늘린 경우와 법원 확정판결에 따라 지급한 비용은 성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노조 측은 지급액 상당 부분이 퇴직자 몫인데 실제 총인건비 관리 부담은 현재 재직 중인 직원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경영평가 감점이나 성과급 축소 가능성이 현실화될 경우 실제 지급받은 사람과 부담을 체감하는 사람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정부 입장에서는 예외를 쉽게 인정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한 차례 기준이 완화되면 유사 사례가 반복적으로 제기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성격이 다른 비용까지 모두 하나의 숫자로 관리하는 방식이 반드시 합리적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습니다.

앞으로도 공공기관에서는 소송 판결금이나 법적 의무에 따른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때마다 모든 비용을 같은 기준 안에 넣는 방식이 적절한지에 대한 질문도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제도는 현실을 설명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하지만 현실을 설명하지 못한 채 숫자만 남게 되면 관리 기준은 원칙이 아니라 형식이 될 수 있습니다. 숫자에 갇힌 총인건비 제도가 다시 한번 어떤 관리를 위해 존재하는지 되돌아볼 시점입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원들이 4월13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 로비에서 열린 '2026년 금융노조 임단투 출정식'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남윤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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