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요즘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단어 중 하나는 ‘셔세권’입니다. 역세권도, 학세권도 아닌 셔틀버스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통근버스가 어디를 지나가느냐에 따라 집값이 움직인다는 얘기입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우스갯소리처럼 들렸겠지만, 지금 동탄과 수지, 영통 일대 분위기를 보면 농담만은 아닌 듯합니다.
최근 삼성전자 노사가 성과급 확대안에 잠정 합의하면서 시장은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셔틀 노선도가 공유되고, “여기 셔틀 몇 대 지나간다”는 분석 글까지 올라옵니다. 출근길 버스 노선이 이제는 사실상 부동산 투자 지표처럼 소비되는 셈입니다.
실제 현장 분위기도 심상치 않습니다. 동탄역 인근 중개업소들은 “매물이 줄고 있다”는 말을 반복합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15억원대였던 일부 단지 호가는 단숨에 17억원을 넘어섰고, ‘동탄역 롯데캐슬’ 전용 84㎡는 20억원 선을 돌파했습니다. 신고가 거래 뒤에는 “일단 먼저 사두고 성과급으로 대출을 갚겠다”는 30·40대 맞벌이 수요가 적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흥미로운 건 사람들이 단순히 “회사 가까운 곳”만 찾는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제는 셔틀이 닿고, 학군이 괜찮고, GTX까지 연결되는 곳을 찾습니다. 직주근접에 교통, 교육, 미래 가치까지 동시에 계산하는 것입니다.
물론 지금 분위기가 당장 수도권 전체 집값 폭등으로 이어진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성과급 상당 부분이 자사주 형태라 현금화까지 시간이 걸리고, 대출 규제도 여전히 강합니다. 다만 시장은 늘 실제 돈보다 ‘기대감’에 먼저 움직입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 그리고 서울 집값은 결국 더 오른다는 불안감이 맞물리며 셔세권 집값을 자극하고 있는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부동산 시장은 늘 시대의 욕망을 가장 빠르게 반영해 왔습니다. 한때는 강남 학군이었고, 판교 IT밸리였고, GTX 노선이었습니다. 이제는 반도체 셔틀버스가 새로운 좌표가 됐습니다. 출근길 버스 한 대가 집값을 움직이는 시대. 어쩌면 지금 한국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부동산 호재는 결국 ‘좋은 일자리’인지도 모릅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