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예능은 '진짜 감정'을 앞세워 인기를 끌어왔습니다. 처음 만난 남녀가 사랑을 찾고, 갈등하고, 선택하는 과정은 시청자에게 강한 몰입감을 줍니다. 하지만 최근 국내외 사례를 보면 이 '리얼함'이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 출연자는 충분히 보호받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영국 결혼 리얼리티 프로그램 '블라인드 웨딩: 첫눈에 결혼했어요(Married at First Sight)'에서는 여성 출연자 3명이 촬영 과정에서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남성 출연자들과 제작사는 합의된 관계였다고 반박했지만, 파장은 컸습니다. 결국 프로그램을 방영한 채널4는 시즌 1부터 10까지 전체 에피소드를 삭제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처음 만난 남녀가 결혼식을 올리고 일정 기간 함께 생활한 뒤 관계를 이어갈지 결정하는 형식입니다. 출연자 간 친밀감, 갈등, 감정 변화가 콘텐츠의 핵심입니다. 덴마크에서 처음 제작된 이 프로그램은 인기를 끌며 영국, 미국 등 여러 국가에서 현지 판으로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관계 실험의 강도가 높아질수록 출연자 안전과 심리적 보호 장치도 그만큼 촘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낯선 상대와의 관계 형성, 사적 감정의 노출 갈등 상황까지 방송의 주요 장면이 되는 만큼 제작진의 관리 책임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습니다. 최근 '나는 솔로' 31기는 출연자 간 따돌림과 앞담화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제작진은 "내용 흐름에 맞춰 방송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냈지만, 갈등 장면을 어디까지 방송으로 보여줄 수 있는지, 일반인 출연자가 방송 이후 감당해야 할 비난까지 제작진이 고려했는지를 두고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두 사례는 성격과 수위는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연애 리얼리티가 일반인 출연자의 감정과 관계를 흥행 요소로 소비하는 구조를 보여줍니다.
출연자는 연예인이 아니지만, 방송 이후의 후폭풍은 연예인 못지않게 감당해야 합니다. 방송 출연을 계기로 소위 말하는 '인플루언서'가 돼 유명세를 얻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이 악플과 신상털기, 평판 훼손까지 감내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리얼함을 팔아온 연애 예능, 출연자를 보호할 책임에 대해서도 고민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