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금주 기자] 닌텐도 '동물의 숲' 게임은 힐링 게임으로 여겨집니다. 가구를 만들거나 주민들과 대화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지만 주요 재미 요소 중 하나는 단연 '꾸미기'입니다. 자연풍·유럽풍 등 각자의 취향대로 섬을 꾸미지만 고인물(게임 플레이 시간이 오래 된 유저)의 방식은 조금 다릅니다. 화려한 건물이나 큰 구조물보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잘 모르는 곳에 심는 작은 나무 하나, 꽃 하나같은 작은 요소에 더 많은 공을 들입니다.
정부세종청사 일대에 꽃과 나무가 어우러져 있다. (사진=윤금주 기자)
같은 크기와 종류의 나무만 배치하면 심심하기에 나무 크기를 조절하기 위해 시간을 들여 지켜봅니다. 번거롭지만 그렇게 키운 나무들을 조화롭게 보이도록 중간중간 배치한 나무의 간격을 맞춥니다. 그렇게 쌓인 작은 디테일들이 모여야 비로소 전체 풍경이 완성됩니다.
산업 안전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눈에 띄는 대책보다, 현장의 작은 위험 요소를 얼마나 세밀하게 관리하느냐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정부도 이같은 방향으로 정책의 무게추를 옮기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앞서 '지역 기초노동질서 점검'을 통해 소규모 사업장을 중심으로 현장 감독을 강화했습니다. 기존처럼 계도나 자율 개선에 맡기기보다는, 실제 점검과 시정을 통해 현장의 변화를 이끌겠다는 취지입니다.
이 같은 변화는 일정 부분 성과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던 산업재해 사망자 수가 올해 1분기 들어 감소세를 보인 것은,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집중 점검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특히 그간 현장 점검을 해 왔음에도 최근 소규모 사업장을 중심으로 노동법 위반 신고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제 '자율'에 맡기기보다는 실효성 있는 '현장 감독'으로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문제는 지속 가능성입니다. 중동 전쟁 영향으로 물가 상방 요인이 커지며 영세 사업장의 경영 여건이 악화된 상황에서, 안전 점검이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속도를 늦출 순 없습니다. 특히 곧 여름이 다가옵니다. 기온이 올라가는 여름에는 열사병·질식·추락 등 각종 산업재해 위험이 커지는 만큼, 현장의 작은 징후를 놓치지 않는 대응이 필요합니다.
산업안전은 단기간에 완성되는 정책이 아닙니다. 나무 한 그루를 심고 자라는 시간을 기다리듯, 현장에서 안전에 대한 인식이 자리잡힐 시간이 필요합니다. 또 그 나무들이 모여 숲이 되듯 소규모 지역 사업장 하나하나가 모여 우리나라 산업 전체의 안전 수준을 바꿀 것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현장의 속도에 맞춘 꾸준한 관찰과 집행입니다. 산업안전 결국 '작소, 작지만 소중한' 요소에서 완성됩니다.
윤금주 기자 nodrin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