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장중 8000선이라는 역사적 미답의 고지를 밟은 순간, 시장은 환호 대신 거대한 비명을 질렀다. 외국인이 하루 만에 5조원이 넘는 매물 폭탄을 투하하며 지수는 장중 7300선까지 곤두박질쳤고, 시장에는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거시경제 환경의 급변도, 반도체 펀더멘털의 균열도 없었다. 악재 없는 폭락의 배후에는 글로벌 자금의 ‘시스템 논리’가 있었다.
현대 글로벌 자금의 상당수는 펀드매니저의 직관이 아닌, 미리 입력된 알고리즘과 패시브 자금의 프로그램에 의해 움직인다. 그들에게 '코스피 8000'은 감격적인 승리의 고지가 아니라, 장기 기술적 분석 모델이 도출해 낸 '최종 저항선'이자 기계적 차익실현 단추가 눌리는 절대적 트리거였을 뿐이다.
게다가 지수 급등으로 전체 포트폴리오 내 한국 비중이 규정치 이상으로 비대해지자, 자산 배분 규정에 따른 '비중 축소' 매물까지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졌다. 같은 프로그램을 공유하는 수천 개의 컴퓨터가 동시에 같은 버튼을 누른 결과다.
아이러니한 점은 이 거대한 폭탄을 받아낸 주체가 또다시 7조원 넘게 순매수한 개인 투자자들이라는 사실이다. 포모(FOMO) 심리에 갇힌 개인을, 시스템은 유동성 창구로 활용했다.
기술적으로 보면 8000선에서 차익을 실현한 외인 펀드들이 7000대 초중반에 설정해 둔 매수 예약 물량이 가동되며 기술적 반등도 나올 법하다. 실제로 이후 코스피는 7000대 중반까지 반등했었다.
프로그램 매매 물량을 소진한 현재 변덕스런 트럼프와 미국장에선 다시 청신호를 보낸다. 마치 또다른 차익 구간을 형성하려는 듯이.
코스피, 환율. 사진=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