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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프라임] K-산업 생존 방정식 '에너지'
현대 문명의 화석연료 '흔들'
입력 : 2026-05-2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규하 정책선임기자] 도대체 에너지란 무엇일까요. 불과 10년 전만 해도 우리는 전기에 대해 ‘공장을 돌리고 밤을 밝히는 편리한 도구’ 정도로 여겼습니다. 하지만 현대 문명을 움직이는 혈류인 화석연료는 전략적 무기화가 됐고 인공지능(AI) 혁명까지 지구를 집어삼킨 지금, 전력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존재가 됐습니다.
 
전쟁과 분쟁, 외교적 갈등이 발생할 때마다 국제 유가와 각국의 경제가 요동치는 사이 AI 세상은 엄청난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원하며 그 데이터센터의 뇌가 될 반도체는 끊임없는 수직상승을 달리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에 숨을 불어넣는 것은 바로 ‘전력’입니다. 그것도 ‘청정한 전력’을 요구하고 있죠.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그리고 에너지는 이제 하나의 몸으로 묶인 국가 최전선의 ‘전략 자산’이자 안보 그 자체가 된 셈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이재명 정부 들어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대전환’이라는 과감한 돛을 올렸지만, 엔진 격인 전력망은 심각한 동맥경화에 걸려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22년 11월2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2 대한민국 에너지대전에서 관람객들이 수상태양광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태양광 발전소는 규제만 풀면 2년이면 쫙 깝니다. 하지만 전기를 보낼 송전선로는 16년이 지나도 만들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지난주 기자가 동해안의 발전소 현장을 취재할 당시 에너지 분야의 한 전문가가 건넨 말입니다. 
 
동해안의 화력발전소들이 수도권으로 갈 고속도로(송전망)가 막혀 완공해 놓고도 가동률 20%에 묶여있는 처지입니다. ‘내가 쓰는 전기가 아니면 우리 집 마당은 지나가지 말라’는 차가운 사회적 수용성 앞에 이젠 장거리 송전망을 새로 까는 방식은 사실상 기한이 끝난 시대적 유물일지 모릅니다.
 
정부 정책자, 전력 현장 실무진들과 대화를 나눌 때마다 그들의 목소리에 낮지만 묵직한 긴장감이 더해지는 것은 바로 이 지점입니다. 당장 여름철 전력 피크 수요가 100GW의 벽을 허무는 등 또다시 최고치를 경신할 수 있다는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대담하려 애쓰는 표정만 읽을 수 있을 뿐입니다.
 
국가 전력망의 지휘봉을 쥔 이들의 어깨에 실린 무게는 숨겨지지 않는 게 현실이죠. 발전소 하나가 멈출 때 전력 수급을 조절하면 그만이지만 망 전체를 컨트롤하는 관제센터가 무너지면 대한민국 전체가 마비되듯, 그대로 백업한 전력거래소의 ‘제2관제센터’가 충청권에 완공을 앞둔 것도 이런 배경입니다.
 
그럼에도 단단한 닻만 하나 더 단 외로운 작업처럼 다가올 뿐입니다. 바로 ‘지산지소’와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라는 거대한 시장 개편이 요구되는 부분이죠. 지역에서 생산한 전력은 그 지역에서 소비하게 만들자는 지극히 상식적인 원칙입니다.
 
 
지난 5월19일 전북 완주군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을 방문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영농형태양광 연구 현황을 보고받고 있다. (사진=농촌진흥청)
 
지방의 풍부한 재생에너지 단지 바로 옆에 반도체 공장과 데이터센터를 바짝 붙이자는 아이디어. 말로는 쉽지만, 사람과 기업을 움직이는 건 결국 ‘이익’일 겁니다. 서울에서 전기를 쓰나 전남에서 쓰나 요금이 똑같은 왜곡된 시장에서는 아무도 내려가질 않기 때문입니다. “지방으로 가면 전기료를 확실하게 깎아주겠다”는 확실한 가격 시그널을 줘야 그나마 기업들이 움직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이 고차방정식은 단순 전기료 인하로만 풀 수 없습니다. 전기료 몇 푼 아끼자고 대기업이 직원을 데리고 내려가진 않기 때문입니다. 전기료 차등제라는 마중물에 예산당국이 쥐고 있는 법인세 감면, 지방 이주 직원을 위한 소득세 혜택, 그리고 파격적인 부동산·생활 인프라 지원의 ‘종합 선물 세트’가 미스매치의 실타래로 풀릴 수 있습니다.
 
좋은 일자리와 인프라만 있다면 청년들은 30대 1의 경쟁률을 뚫고서라도 지방으로 내려간다는 것을 이미 광주형 일자리인 광주글로벌모터스(GGM) 사례(평균 경쟁률 34대 1)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지난 5월8일 국산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인 충북 진천 한화 큐셀을 방문해 태양광 셀·모듈 라인을 시찰하고 있다. (사진=기획예산처)
 
안타깝게도 예산당국은 이 거대한 에너지 안보의 흐름을 여전히 획일적인 예산 재단사의 시선으로만 바라보고 있는 듯합니다. 차세대 AI 전력 제어 시스템과 인력 확충안이 관료주의의 벽에 막혀 지연될 때마다 대한민국 에너지 대전환의 골든타임은 조금씩 흘러갈 뿐입니다.
 
유럽연합(EU)은 벌써 재생에너지 비중을 45%까지 끌어올렸는데, 우리는 이제야 10%의 문턱에서 숨을 고르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늦었습니다. 더 빨리 가야하고, 가다가 길이 막히면 길을 새로 내서라도 이 목적지에 도달해야만 합니다. 그것이 글로벌 탄소 장벽 앞에서 우리 기업과 산업을 살릴 유일한 생존 방정식이기 때문입니다.
 
이규하 정책선임기자 judi@etomato.com
이규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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