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이 흥행에 성공했으나 마지막까지 역사 고증 논란에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작품은 21세기 대한민국이 입헌군주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가상의 세계관을 배경으로 왕실 로맨스와 정치 갈등을 그렸습니다.
논란이 된 장면은 이안대군의 즉위 과정에서 등장한 구류면류관과 신하들의 '천세' 연호, 대군의 배우자를 '군부인'이라 부른 설정, 중국식 다도 장면 등이었습니다.
시청자들은 조선 왕실 문화와 맞지 않는 표현과 연출을 지적했고 결국 제작진은 물론 주연 배우 아이유와 변우석까지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이런 논란은 처음이 아닙니다. 과거에도 중국풍 소품과 역사 왜곡 논란으로 거센 비판을 받은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방송 2회 만에 폐지된 사례가 있습니다. 역사와 전통을 소재로 하는 콘텐츠는 단순한 배경 설정 이상의 민감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논란의 배경에 명맥의 단절이 있다는 지적입니다. 과거에는 대하사극과 정통 역사 드라마가 꾸준히 제작돼 작가와 감독, 자문단이 역사 검증을 거치는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유지됐습니다. 시대 고증, 용어, 복식, 의례를 검토한 경험과 인력이 축적돼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전통 사극 제작 자체가 맥이 끊겼습니다. 대신 가상 세계관에 역사를 변형해 녹여내는 방식이 늘어났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역사적 요소가 충분한 검증 없이 사용되거나 '가상'이라는 설정 안에 변형이 쉽게 용인된다는 점입니다.
대하 드라마는 시청률, 수익성과 별개로 존재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갖습니다. 그렇기에 중국과 일본 등에서는 역사극 제작 기반을 유지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결국 역사 콘텐츠의 완성도는 단순히 자료 조사 몇 번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오랜 시간 축적된 제작 경험과 검수 시스템, 그리고 이를 이어가는 사람들의 명맥이 있어야 가능한 영역입니다.
K-콘텐츠의 영향력이 커진 만큼, 역사와 전통을 다루는 콘텐츠에는 더 정교한 고증 체계가 필요합니다. 부실한 고증은 의도와 무관하게 한국사의 자주성과 문화적 맥락을 훼손하는 빌미가 될 수 있습니다.
MBC '21세기 대군부인' 메인 포스터. (사진=MBC)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