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메일
페이스북 트윗터
‘성과’급
입력 : 2026-05-20 오후 10:49:58
[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성과급 문제가 반도체업계 최대의 화두로 떠올랐다. 삼성전자 노사가 성과급 배분 방식 등을 놓고 진통을 앓고 있다.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한 SK하이닉스의 노사 합의가 스노우볼이 됐다.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20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3차 사후조정 회의를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이슈의 핵심 쟁점은 성과급 산정 기준이다.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고 이를 제도화할 것인지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약 57조2000억원)이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약 43조6000억원)을 뛰어넘는 등 역대급 메모리 슈퍼사이클 국면의 중심에는 현업에서 묵묵히 일하는 노동자들이 있었으니, 유례없는 호황에 걸맞는 성과를 요구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반도체 시장은 늘 인재 경쟁이 한창이라는데, 정작 일선 현장의 노동자들에게는 박한 면이 없지 않다.
 
다만 전문가들은 영업이익의 15%를 제도화하는 건 별개의 사안이라고 지적한다. 제도화는 곧 성과급이 고정비 성격을 띠게 된다는 뜻이고, ‘성과에 따른 보상’이라는 본래 취지와 충돌한다. 즉, 제도화하는 순간 성과급은 성과급이 아니게 되는 셈이다.
 
해외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사례를 보면,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TSMC는 성과급을 사외이사 4인으로 구성된 독립적인 위원회가 책정한다. 이들이 위원회는 회사 실적과 직원 성과,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보상 수준을 결정하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사외이사들이 중심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제3자가 개입하면서 공정성을 확보하는 구조다. 노사가 직접 성과급 액수를 논의하는 국내 반도체업계 노사와는 다른 방향성이다.
 
이에 대해 임채운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해외 제도가 반드시 맞진 않지만, 한국형 선순환 구조가 이뤄지도록 해외 사례를 참고해 성과급 제도를 논의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국내 기업 성과급 산정 과정에서 노사는 모두 이해관계자인 만큼, 성과와 보상 규모를 직접 결정하는 구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 노사갈등은 이해관계자들이 성과급 규모를 직접 협상하는 구조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다. 사측은 성과급 산정 기준과 재원 마련 방식에서 직원들의 신뢰를 얻는 데 실패했고, 노조는 실적에 따른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면서도 엄연히 실적이 다른 사업부의 보상 격차를 줄이는 내용을 주장하고 있다.
 
성과급의 본질은 분배가 아닌 회사와 직원의 목적을 일치시키는 데 있다. 회사의 성장이 구성원의 보상으로 이어지고, 구성원의 성과가 다시 회사 경쟁력으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장치다. 중요한 것은 얼마를 주느냐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지속 가능한 보상 체계를 설계하느냐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안정훈 기자
SNS 계정 : 메일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