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는 소멸될 직종입니다" 지난해 말 서울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최항도 서울신용보증재단 이사장이 한 말입니다. 최 이사장은 "소멸되는 업종을 놓고 정규직화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근본적 대책은 아니다"라는 말도 했습니다.
최근 찾은 서울신보 결의대회에서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서울신용보증재단고객센터지부 노동자들은 이 발언에 울분을 토했습니다. 임지연 지부장은 "12년 동안 재단의 얼굴 역할을 해온 우리에게 이사장은 사실상 해고 통보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2020년 서울시의 직접고용 결정 이후에도 재단이 5년간 단 한 번의 협의 없이 정리해고만 단행하려 했다는 점도 짚었습니다.
권수정(왼쪽 세 번째) 민주노총 부위원장 등이 지난해 4월21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중회의실에서 열린 민주노총 콜센터노동자 대선 요구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임 지부장은 "AI가 발전해도 상담 업무는 정책을 이해하고 시민에게 공감하며 안내하는, 결코 대체될 수 없는 공공서비스"라고 말했습니다. 콜센터 노동자들은 정규직화 약속 이행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문제가 제기된 지 벌써 6년째라고 했습니다.
인공지능(AI)의 확산으로 고객 응대 영역이 빠르게 자동화되고 있고, 산업 구조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사장의 말이 틀리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기술 변화 과정에서 누군가의 삶과 권리가 쉽게 뒤로 밀려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콜센터 노동은 오랫동안 여성노동, 감정노동, 저임금 노동으로 평가절하됐으며, 현장에서는 그에 비해 낮은 수준의 처우와 실적 압박이 계속됐습니다. 오래전부터 지적돼 온 문제지만 개선 속도는 더뎠습니다. 이 와중에 AI 전환이 본격화되면서 그나마 남아 있던 노동권 논의마저 뒤로 미뤄지는 흐름입니다.
업무가 자동화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당장의 노동권 논의를 미뤄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지금이라도 노사 간 대화의 자리가 먼저 만들어져야 합니다. 기술 전환을 이유로 고용 논의 자체를 봉쇄하는 것은 공공기관이 취할 태도가 아닙니다.
공공기관이라면 더 신중해야 합니다. 기술 변화를 막을 수는 없어도, 취약한 노동자가 아무런 안전망 없이 먼저 밀려나는 일은 막을 수 있습니다. 기술 변화 속에서 노동권도 함께 논의돼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