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새벽 4시경, 여의도역 3번 출구에 경찰 약 20명이 배치됐습니다. 3번 출구 앞에 기다랗게 줄을 선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미지=챗GPT)
새벽 소동의 주인공은 시계 브랜드 스와치와 명품 시계 브랜드 오데마피게의 협업 제품이었습니다. 발매일에 맞춰 소비자들은 밤잠을 포기하고 노상을 택했습니다. 협업 제품의 가격은 57만원~60만5000원으로, 오데마피게 제품을 원하는 이들에게 너무나 매력적인 선택지였습니다.
오데마피게는 수천만원대에서 시작하는 고급 시계 브랜드입니다. 인기 모델의 경우 아무에게나 판매하지 않기로도 유명합니다. 기존 고객에게 우선권을 주는 방식으로 판매하기 때문에 원한다고 해서 살 수 있는 브랜드가 아닙니다. 그런 오데마피게의 감성을 60만원이 채 안 되는 가격에 구매할 수 것이 이날 새벽 줄을 만든 이유였습니다.
착용을 원하는 이들과 리셀로 수익을 원하는 이들이 뒤엉켜 현장에서는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뒤늦게 도착한 이들은 전력질주를 통해 앞에 줄 선 이들을 제끼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인파가 수백명 모여들면서 위험을 감지한 경찰은 결국 토요일 새벽에 현장을 찾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하철 출구 앞에는 폴리스라인이 처졌고 첫차가 시작되면서 지하철역을 찾았던 시민들은 다른 출구로 발걸음을 돌려야 했습니다. 경찰이 안전상의 이유로 출입을 통제하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이태원 참사 인구 밀집 지역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진 경찰은 시민들에게 양해를 구했고 쇼핑몰 안으로 행렬이 이동할 때 미연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인간 바리게이트가 되기도 했습니다.
새벽 소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이날 각 매장에 배정된 수량은 20개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수백 명이 밤새 기다렸지만 사실상 대부분은 빈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이 사실에 예민해진 대기자들이 언성을 높이며 항의하기 시작했습니다. 완판이 되었다는 직원의 안내에도 자리를 뜨지 못하고 버텼습니다. 결국 경찰은 이들이 해산할 때까지 자리를 지켜야 했습니다.
어렵게 제품을 손에 넣은 이들 중 일부 제품은 리셀 시장으로 흘러들어 갔습니다. 당일 150만원에 거래가 되더니 현재는 300만원을 웃도는 가격까지 형성된 상태입니다. 정가 대비 5배가 넘는 가격입니다.
이런 혼란은 한국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해외 주요 도시 매장 앞에서도 비슷한 소동이 벌어졌고 판매 방식을 둘러싼 논쟁이 곳곳에서 이어졌습니다. 스와치 측이 사전에 판매 수량을 공지했다면, 혹은 온라인 추첨이나 예약 방식을 택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새벽 줄을 서고 몸싸움까지 감수한 소비자들, 빈손으로 돌아간 이들, 경찰까지 동원된 현장은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