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권만큼 기업경영권도 존중돼야 합니다"
'노동 존중'을 시사하던 현 정부가 공식적으로 '긴급조정권 발동 검토' 의지까지 밝혔습니다. 노동조합의 파업으로 삼성전자의 손실이 10조원에서 17조원으로 집계되는 가운데 불길 잡기에 나선 겁니다.
야권에서는 이참에 노란봉투법 때리기에 나섰습니다.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18일 기자간담회에서 "노란봉투법이 삼성전자 사태에 악영향을 끼쳤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법 개정에 착수하겠다고도 했습니다.
그런데 칼끝의 방향이 잘못됐습니다. 삼성전자 노사의 갈등은 '성과급 제도 개선' 때문입니다. 노조는 성과급 재원으로 영업이익의 15%를 요구하는 상황입니다. 이밖에 목표 달성 장려금 등 인센티브 문제가 논의 테이블에 올라가 있습니다.
이 갈등을 노란봉투법과 엮는 건 명백한 번지수 오류입니다. 노란봉투법의 핵심은 하청 노동자의 교섭권을 보장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입니다. 반면 삼성전자 노사의 다툼은 노란봉투법 제정 전부터 교섭 테이블에 오르던 주제입니다. 단순히 법 때문에 없던 파업이 생겼다고 보긴 어려운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 삼성전자 노사가 마주한 위기 상황을 가볍게 넘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파업이 길어질수록 노사 모두가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한계치에 다다르고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17조원에 달하는 손실 추산액은 단순히 기업 한 곳의 실적 저하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글로벌 기술 전쟁이 한창인 상황에서 대한민국 반도체 생태계 전체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노동권의 가치는 존중받아야 마땅하지만, 그것이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공존할 때 비로소 빛을 발할 수 있습니다. 노사 양측은 파국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기 위해 전향적인 태도로 협상 테이블에 임해야 합니다. 명분 싸움에 갇혀 서로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기보다는, 상생을 위한 노사의 대타협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