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리스 시리스 '지옥에 떨어집니다'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 한 사람을 어떻게 기억하느냐는, 결국 그 사람을 바라보는 눈의 문제입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에 떨어집니다'는 일본의 전설적인 점술가 호소키 카즈코의 삶을 바탕으로 한 작품입니다. 드라마는 처음에 한 여자의 생존기처럼 시작됩니다.
전쟁이 끝난 직후의 폐허 속에서 자란 소녀가, 어떻게 수백만 명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자리까지 올라섰는지를 따라가는 이야기입니다. 17세에 밤의 세계에 발을 들이고, 긴자에 클럽을 열고, 거액의 빚더미에 앉았다가 다시 일어서는 과정은 억척스럽고 때로는 처절했습니다.
그런데 후반부로 갈수록 드라마는 다른 얼굴을 꺼내 보입니다. 같은 사건을 두고도 누군가는 그를 강인한 생존자로 기억하고, 누군가는 착취자로 증언합니다. 드라마는 그 두 시선을 나란히 놓은 채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지 않습니다. 피해자도 아니고, 단순한 악인도 아닌 그 어딘가에 주인공을 계속 세워둡니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저는 내내 한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이해할 때 얼마나 좁은 창을 통해 바라보는가 하는 것입니다. 한 인간의 삶은 어떤 시점에서, 누구의 눈으로, 어떤 감정을 가지고 바라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카즈코는 어떤 이에게는 시대를 헤쳐나간 여걸이고, 어떤 이에게는 약자를 이용한 사기꾼이며, 또 어떤 이에게는 전쟁의 상처를 평생 안고 산 인물입니다. 그리고 아마도, 그 모든 것이 동시에 사실일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사람을 하나의 이미지로 고정하고 싶어 합니다. 좋은 사람이거나 나쁜 사람이거나. 하지만 실제 인간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선의와 악의, 상처와 가해가 한 몸 안에 공존합니다. 어쩌면 누군가를 제대로 이해하는 건 그 복잡함을 섣불리 정리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며 바라볼 수 있는 인내를 갖추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