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메일
페이스북 트윗터
전세난 키우는 규제의 역설
입력 : 2026-05-14 오후 3:39:13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 모습. (사진=뉴시스)
 
서울 전세시장이 다시 거센 불안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최근 몇 달 사이 전세 매물은 빠르게 줄었고, 가격 상승 압력도 커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재건축·재개발 이주 수요까지 본격화되면서 세입자들의 불안은 더욱 증폭되는 분위기입니다. 문제는 단순한 시장 수급이 아니라 정책 변화들이 서로 맞물리며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키우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정비사업 현장의 혼란은 심상치 않습니다. 관리처분인가 이후 조합원과 세입자들이 동시에 이주해야 하지만, 인근 지역에서 전셋집을 구하기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하소연이 이어집니다. 학교와 직장, 생활권을 유지하려는 수요가 특정 지역에 집중되면서 국지적 전세난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일부 고령층은 기존 생활권을 포기하고 반지하나 외곽 월세로 밀려나는 사례까지 나옵니다.
 
이주비 대출 규제 역시 시장 부담을 키우고 있습니다. 실수요 목적의 이주임에도 대출 한도와 보증 규제가 동시에 적용되면서 자금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사업성이 높은 강남권은 시공사 금융 지원으로 어느 정도 대응이 가능하지만, 비강남권이나 수익성이 낮은 사업장은 사정이 다릅니다. 결국 조합원 개인이 감당해야 할 부담이 커지고, 이는 철거와 착공 지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공급 확대를 위해 추진하는 정비사업이 오히려 공급 지연의 원인이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인 셈입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 보완책 역시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정부는 세입자가 거주 중인 주택의 매매를 일부 허용하며 거래 경색을 완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장에서는 임대 물량 감소를 더 우려합니다. 집주인이 실거주를 선택하면 기존 세입자는 계약 종료 후 새로운 집을 찾아야 합니다. 이미 전세 매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런 이동 수요가 누적되면 전셋값 상승 압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는 무주택자가 집을 매입하면 임차 수요도 줄어든다고 설명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실제 시장에서는 매수 여력이 있는 계층과 계속 임차 시장에 남아야 하는 계층이 명확히 갈립니다. 결국 상대적으로 취약한 세입자들이 가장 큰 부담을 떠안게 되는 구조입니다. 특히 서울 핵심 지역에서는 “지금 집을 팔면 다시는 못 산다”는 인식이 강해 매물 증가 효과도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정책이 시장의 연결 구조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거래 규제를 강화하면 임대 공급이 줄고,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 정비사업 속도가 늦어집니다. 각각의 정책은 나름의 목적이 있지만, 동시에 작동할 경우 시장 전체에는 예상보다 큰 충격을 줄 수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기 처방의 반복이 아니라 공급, 금융, 임대 시장을 함께 고려한 종합적 접근입니다.
 
정부는 투기 억제라는 목표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실거주자와 세입자의 주거 안정이라는 현실도 함께 봐야 합니다. 정비사업 이주비에 대한 별도 금융 지원, 임대 공급 유지 대책, 공공임대 확대와 같은 보완책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전세난은 더욱 장기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시장은 정책의 방향뿐 아니라 정책이 만들어낼 파장까지 보고 움직인다는 점을 정부가 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시점입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홍연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