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은 이제 더 이상 미래 기술이 아닙니다. 실제 산업과 업무 환경 속으로 빠르게 들어오고 있습니다. 스탠퍼드 인간중심AI연구소(HAI)가 지난 4월 발간한 'AI 인덱스 레포트 2026'에 따르면, AI를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는 응답 비율은 2024년 71%에서 2025년 79%로 증가했습니다. 불과 1년 사이 AI가 일상 업무에 훨씬 깊숙이 자리 잡았다는 의미입니다.
기업들은 생산성과 효율 향상을 이유로 AI 도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문서 작성, 코딩, 고객 응대, 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영역에서 AI는 이미 실무 도구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콘텐츠가 바라보는 AI의 모습은 조금 다릅니다. 최근 TV 시리즈와 영화 속 AI는 더 이상 단순한 미래 기술이나 편리한 도구로 그려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미 현실 안으로 들어온 불안과 인간성의 위기를 다루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최근 해외 드라마들에서는 단순히 기술의 발전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과 관계까지 서비스와 데이터의 영역으로 편입되는 상황에 대한 불안을 담아내는 방식입니다.
이런 흐름은 한국 콘텐츠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작품들은 AI의 위험을 단순한 일자리 대체 문제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감정과 기억, 관계가 데이터화되는 문제로 확장해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인간만의 영역이라 여겨졌던 슬픔과 애도, 공감마저 기술이 대신하려 할 때 무엇이 남게 되는지를 묻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산업과 콘텐츠의 시선이 점점 엇갈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산업은 AI를 통해 더 빠르고 효율적인 미래를 이야기하지만, 드라마와 영화는 그 속도 속에서 인간의 자리가 어디까지 줄어들 수 있는지를 질문하고 있습니다.
AI는 분명 산업을 성장시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콘텐츠는 묻고 있습니다. 기술이 인간의 일을 대신하는 것을 넘어 인간의 감정과 관계까지 대체하려 할 때 우리는 무엇으로 인간다움을 지킬 수 있느냐고 말입니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