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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글쓰기
입력 : 2026-05-15 오후 4:22:34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범 정책실장, 이 대통령, 위성락 안보실장. (사진=뉴시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곧 1년이 됩니다. 지난 1년, 용산에서 절반을 청와대에서 절반을 지낸 셈인데요. 그런데 기자들에게 있어 이재명정부의 1년 중 가장 큰 변곡점이 있던 시기는 1월 23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날은 이 대통령이 X(엑스·옛 트위터)에 부동산 정책 관련한 자신의 분명한 생각을 밝힌 날입니다. 앞선 시기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기존 대통령들과 같은 방식으로 사용됐다면, 1월 23일 이후로는 전혀 다른 '이재명식 SNS'가 시작된 날이기도 합니다. 
 
대통령의 SNS 사용은 청와대 업무 분위기도 바꿨습니다. 어느덧 강훈식 비서실장도 김용범 정책실장도 X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국정 성과를 홍보하고, 정책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도 털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코스피 훈풍을 탄 대통령의 지지율로 SNS 정치는 나름 효과를 봤습니다. 대통령의 SNS는 X 뿐 아니라 어린 친구들이 사용하는 틱톡까지 확장됐습니다. 하지만 필터 없는 SNS는 늘 사달이 나기 마련입니다. 특히 지방선거를 앞둔 청와대의 SNS는 어느덧 '리스크'가 됐습니다. 
 
이 대통령이 김 정책실장의 '국민 배당금' SNS와 관련해 음해성 가짜뉴스가 퍼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초과이윤과 초과세수를 혼용했고, 이를 왜곡 보도했다는 겁니다. 동의합니다. 문제는 김 정책실장의 과도하게 긴 글입니다. 김 정책실장은 평소 간담회에서도 말을 길게 끌고 가는 습관을 갖고 있습니다. 집중하지 않으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이른바 '야마'가 무엇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하고 싶은 말이 많다보니, 글이 길어집니다. 그래서 초과이윤과 초과세수 등에 있어 충분히 오해를 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그 글의 취지와 제대로 된 해석은 기자의 몫입니다. 하지만  국민에게 그런 의무는 없습니다. '국민 배당금'이라는 단어 하나가, 기업의 초과이윤 환수라는 대목만 편집하면 어느덧 '공산국가 본색'이라는 비판이 가능해집니다. 이미 SNS에는 잘 편집된 글과 영상이 떠돌고 있습니다.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 모두에서 대통령의 연설글을 담당한 강원국 작가가 쓴 <대통령의 글쓰기>는, 어쩌면 지금 청와대의 글쓰기 방식을 지적하고 있는 듯합니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손에 꼽는 연설가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글쓰기에도 진심이었습니다. 
 
강 작가의 글을 보면 두 대통령은 글쓰기를 위해 수많은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김 전 대통령이 강 작가에게 조언한 걸 보면 다방면의 생각을 해보고 글을 쓰라고 합니다. 첫째 이 사안에 대한 나의 생각은 무엇인가. 다음은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무슨 생각과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을까. 이를 합하면 어떤 결론이 나올 수 있을까. 
 
글쓰기를 위해 들여야 할 시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또 나의 글을 볼 대상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즉흥적으로 쏟아내는 지금 청와대의 SNS는 글쓰기의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생각의 3단계에서 어느 한 부분이 빠져있는 셈입니다. 
 
노 전 대통령은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여러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표현은 쓰지말게"라고요. 대통령이 어떤 의미로 이 말을 강 작가에게 했는지, 어떤 대목에서 했는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지금의 청와대가 '오해를 불러일으킬 표현'을 삼가야된다는 해석은 해 볼 수 있습니다. 이 대통령도 SNS에서 선호투표제 관련 글을 올리며 조정식 의원을 국회의장으로 투표한 글을 공유했던 것 역시 '의도가 없다'고 하지만 충분히 오해가 가능하게 여지를 준 거니까요. 의도가 없다면 오해가 불가능할 만큼 명료한 글을 쓰면 됩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한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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