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메일
페이스북 트윗터
자본주의 흔드는 '반도체 성과급'
입력 : 2026-05-12 오후 11:40:43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역대급 실적 달성에 '국민배당금' 논란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전날 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공지능(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은 특정 기업만이 끌어낸 결과가 아니다"며 '국민배당금제'를 제안했습니다.
 
이 발언은 큰 파장을 남겼습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12일 "내가 노력해서 번 돈을 정부가 가져가서 나눠준다면 그게 바로 공산주의 배급 경제"라며 "드디어 공산당 본색이 드러났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주식시장의 경우 이날 장이 열리자마자 8000선 돌파를 바라봤던 코스피는 김 실장의 발언 이후 장중 7400선까지 떨어졌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김 실장의 글은 이날 한국 증시의 극심한 변동성을 촉발했다"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기업이 AI 슈퍼사이클로 막대한 수혜를 입는 가운데 그 이익을 사회적으로 재분배해야 한다는 압력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했습니다.
 
이에 청와대는 김 실장의 발언에 대해 "내부 논의나 검토와 무관한 개인 의견"이라고 일축했습니다. 그럼에도 국민배당금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전자와 노동조합의 임금협상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 노사가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 조정회의실에서 사후조정 절차에 돌입한 지난 11일 사측 대표교섭위원인 김형로 삼성전자 부사장이 협상장으로 돌아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민배당금은 '억소리' 나는 반도체 기업 직원들의 성과급에서 촉발됐습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확정했습니다. 올해 1분기 37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SK하이닉스의 올 실적을 추산해 보면, 직원들은 평균 1인당 6억원의 성과급을 가져갈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왔습니다.
 
삼성전자 노조가 SK하이닉스식의 성과급 기준을 요구하면서 파업을 예고하자, 이는 반도체업계를 넘어 사회적 의제로 부상했습니다. 반도체 기업들의 영업이익을 직원들의 성과 보상 혹은 배당금을 통한 주주 환원, 재투자 등 어디에 써야 하는지를 두고 설전이 벌어진 겁니다. 김 실장은 이 의제를 정치권에서 꺼내며 본격적으로 불을 지핀 셈입니다.
 
반도체 기업의 이익은 글로벌 경쟁 속에서 막대한 투자와 위험을 감수한 결과이며, 성과에 대한 보상과 주주 환원 또한 자본주의와 주식시장을 구성하는 핵심 원리입니다. 기업이 더 큰 이익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가 있어야 투자와 고용도 이어집니다.
 
물론 국내 1위 기업 삼성전자는 정부의 지원과 국민들의 관심 속에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국민배당금을 도입했을 때 향후 기업의 손실도 함께 감당할 수 있느냐는 질문엔 답하기 어려운 게 현재 상황입니다. 자본주의를 흔드는 기업 이익의 '재분배'를 논하기 이전에 필요한 것은 한국 반도체 산업이 호황을 이어갈 수 있도록 환경을 지켜내는 일입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김성은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