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양균 기자] 지난 2019년 8월 19일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라말라. 당시 저는 이곳의 의료구호협회(PMRS)를 찾아가 모하메드 아부시 박사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는 이스라엘 당국이 수자원을 강탈했고, 이로 인해 물이 부족하다고 했습니다. 상시적 물의 부족은 여러 질환으로도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오염된 물 취식으로 인한 설사, 피부병, 탈모, 담석 등이 대표적이죠. 모하메드 박사는 열거한 증상으로 주민들의 괴로움이 크다고 했습니다.
비슷한 시기 저를 태운 차는 서안지구 동쪽 요르단 계곡으로 향하다 사막 한 가운데 멈춰 섰습니다. 사막의 이국적 풍경에 사진을 찍고 있는데, 나중에 안 사실은 그곳에 불과 십수 년 전까지만 해도 과수원이란 믿지 못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진=김양균 기자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의 지하수는 곳곳에 있는 이스라엘 정착촌으로 상당 부분 흘러 들어가고 있고, 이는 물 부족을 가중시킨다고 했습니다. 요르단 계곡의 조그만 마을에서 만난 현지인 라시드는 이스라엘 수도권에 몰래 관을 이어서는 물을 다시 빼 오고 있다고 말해주었습니다.
7년이 지났지만, 상황은 나아지기는커녕 더 악화되고 있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MSF)는 ‘무기로 전락한 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물·위생 시설 파괴와 접근 박탈’ 보고서를 통해 이스라엘 당국이 가자지구 내 물 공급을 차단,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물 접근성을 무기화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클레어 산 필리포 국경없는의사회 긴급대응 책임자는 가지지구 주민들이 물을 구하려다 다치거나 목숨을 잃고 있으며, 물 부족은 열악한 생활 여건, 극도로 과밀한 환경, 붕괴한 보건 시스템과 맞물려 질병이 확산되기 쉬운 조건을 만들고 있다고 폭로했습니다. MSF는 가자지구 내 수자원 시설의 90%는 이미 파괴됐거나 훼손됐다고도 전했습니다. 가자지구보다 사정이 나은 서안지구의 상황도 7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게 악화일로의 상황에 빠지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미 선을 넘었습니다. 그들이 가자지구에서 벌이고 있는 일들은 제노사이드(집단살해)의 일환으로 해석되어야 합니다.
문득 무서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스라엘 당국이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어온 물의 박탈이 고의적이고, 체계적인 계획의 실행이라면? 정말로 그렇다면 작금의 인도주의 위기를 넘어 재앙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닌 고도의 의도된 계획으로 실행되었을 가능성. 이에 대한 기획자들이 있다면, 부디 그들에게 신의 분노가 떨어지길.
김양균 기자 ky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