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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시장 양극화
입력 : 2026-05-11 오후 5:33:49
(사진=뉴시스)
 
최근 유통시장에서 눈에 띄는 것은 양극화다. 장기 불황과 고물가 시대에 전반적으로 지출을 줄이며 긴축 기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특정 분야에서는 아낌없이 지출을 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생활필수품은 최저가를 찾아 이동하고,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경험과 브랜드에는 기꺼이 지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가성비와 가심비가 공존하는 소비 트랜드가 유통시장 전반을 재편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가리지 않는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초저가 경쟁을 강화하며 소비자 유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저렴한 자체브랜드 확대, 대용량 상품, 할인 프로모션이 일상화됐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소비자는 더 민감하게 가격을 비교하기 때문이다.
 
반면 백화점과 럭셔리 시장은 정반대 흐름을 보인다. 소비 전반은 위축됐지만 명품, 프리미엄 식품, 고급 라이프스타일 상품 수요는 여전히 견조하다. 특히 국내 주요 백화점들이 단일 점포 매출 신기록을 경신하는 배경에도 명품 카테고리의 힘이 자리하고 있다. 소비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선택적으로 집중되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중간 시장 위축이다. 가격 경쟁력도, 차별화된 브랜드 가치도 없는 기업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과거에는 적당한 품질과 가격만으로도 경쟁이 가능했지만, 지금 소비자는 훨씬 명확하다. 싸거나, 특별하거나. 둘 중 하나가 아니면 선택받기 어렵다.
 
이 때문에 유통기업들의 전략도 극명하게 갈린다. 한쪽은 초저가와 효율 중심 구조로 체질 개선에 나선다. 공급망 최적화, PB 강화, 물류 혁신, 비용 절감이 핵심 과제다. 다른 한쪽은 프리미엄 콘텐츠 확보에 집중한다. 명품 브랜드 유치, 리뉴얼, VIP 서비스 강화, 식음·문화 콘텐츠 확대 등이 대표적이다.
 
결국 유통시장 양극화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소비 구조 변화의 결과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가 촉발했지만, 디지털 전환과 개인화 소비 확산이 이를 더욱 가속화했다. 과거처럼 모든 소비자를 만족시키려는 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앞으로 유통기업의 경쟁력은 더 선명한 포지셔닝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가 기업을 선택하는 기준은 명확해졌다. 가장 싸거나, 가장 특별하거나. 애매한 기업에게 시장은 점점 더 냉정해지고 있다.
 
유통시장 양극화 시대,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규모가 아니라 정체성이다. 이제 유통업의 경쟁은 소비자의 지갑을 어떤 이유로 열 것인가를 설계하는 싸움이 됐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이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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