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도 늘었고 지원사업도 넘쳐납니다. 예비창업 패키지부터 청년창업사관학교, 로컬 창업 지원까지 정부 사업을 찾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작 시장에서 살아남아 중견기업으로 커지는 사례는 좀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한국 창업정책의 오래된 딜레마입니다.
노용석 중소벤처기업부 제1차관이 2025년 12월8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정책 심포지엄'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제공)
7일 열린 중소기업 정책 심포지엄에서도 같은 문제의식이 반복됐습니다. 창업기업 수 확대 중심 정책이 한계에 부딪혔고, 이제는 스케일업 중심으로 정책 무게추를 옮겨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창업 자체보다 '성장 경로'를 설계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지역 격차 문제 역시 비슷합니다. 지방에서도 창업은 늘지만, 결국 투자와 인재, 액셀러레이터와 벤처캐피털은 수도권으로 향합니다. '지역에서 창업해 서울로 가는 구조'가 반복되는 셈입니다. 지역 창업생태계가 성장 생태계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창업 활성화는 역대 정부마다 내세운 단골 과제였지만, 정작 성장 단계 병목을 어떻게 풀 것인지는 늘 후순위였습니다. 창업 지원사업은 많아졌지만, 기업들이 그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는 사다리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기업의 생존·성장·지역 정착까지 연결하는 산업정책 관점에서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제 정책도 달라져야 합니다. 창업기업 수를 늘리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살아남고 커지는 기업을 얼마나 만들었는지를 봐야 합니다. '몇 개를 만들었나'보다 '얼마나 성장했나'를 묻는 방향으로 평가 기준을 바꿀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