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매국노의 시간'이라고 했다. 그러나 또 다른 누군가는 '한미동맹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누구의 말이 맞는 걸까.
글로벌 플랫폼 기업을 자처하는 쿠팡은 국내 매출 비중이 사실상 절대적이다. 그런데도 대규모 회원 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했고, 이후 대응 과정에서도 진정성 있는 사과나 충분한 후속 대책보다는 '자체 조사'란 이름 아래 소비자 불안을 축소하려는 모습만 보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유는 단순하다. 보안보다 성장과 이익을 우선시한 결과다.
쿠팡은 김범석 창업자가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그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7살 때 미국이다. 쿠팡은 2010년 설립 이후 미국 아마존을 모델로 공격적인 물류 투자에 나섰고, 전국 곳곳에 물류 거점을 구축했다.
이후 2014년에 시작한 로켓배송은 국내 시장에 빠르게 안착했다. 막대한 적자를 감수하며 시장 점유율을 키운 끝에 쿠팡은 2022년 3분기 처음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당시 영업이익은 1037억 원이었다.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졌고, 지난해에는 매출 49조1197억 원, 영업이익 6790억 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눈부신 성장 이면에서 소비자 정보 보호를 위한 투자와 대비는 충분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쿠팡의 보안 투자 규모는 2024년 659억 원, 2025년 86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절대 금액만 보면 적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연 매출 50조 원에 육박하는 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출 대비 투자 비중은 0.2% 수준에 불과하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매출의 1% 이상을 보안에 투자하는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는 지적이다.
결국 플랫폼 회사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보안에는 투자하지 않았고, 결국 소비자의 정보 유출은 시간문제인 셈이었다. 일부는 '끝난 이야기인데 왜?'라고 물을 수 있다. 그러나 쿠팡에서 유출된 개인 정보는 3300만 건에 달하며, 이것을 대한민국 인구로 대입하면 66.2%에 달한다. 경찰 역시 "보이스피싱 등 범죄의 타깃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문제는 단순한 이름이나 전화번호 유출 차원을 넘는다. 배송 과정에서 입력된 공동현관 비밀번호, 반복 주문 내역, 가족 구성 형태 같은 생활 정보까지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혼자 사는 여성이나 고령층의 경우 물리적 범죄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럼에도 쿠팡 경영진의 대응은 논란을 키웠다. 김범석 의장은 지난해 국정조사 증인 출석 요구에 대해 "국제적 비즈니스 일정" 등을 이유로 불출석했다. 국내 소비자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그럼에도 아직도 일부 언론은 쿠팡 편을 들고, 쿠팡 사태로 쿠팡을 흔들게 된다면 한미 관계가 우려된다고 하는 이들이 있다. 만약 쿠팡 사태가 미국이나 싱가포르에서 발생했다면. 국민 절반 이상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을 국가가 지금처럼 방관했을까. 입법을 통한 제도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
쿠팡은 잇따른 노동자 사망사고와 퇴직금 미지급 무마 사건, 약 3천400만명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등 사회적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