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메일
페이스북 트윗터
스마트폰이 가린 '물빛연화'
입력 : 2026-05-07 오후 12:21:35
창경궁의 연못, 춘당지의 봄밤은 예상보다 훨씬 아름다웠습니다. 창경궁 역사와 아름다움을 빛의 언어로 풀어낸 물빛연화가 함께했기 때문인데요. 빛과 물, 소리와 미디어아트를 결합한 한국적인 영상이 춘당지 나무 위로 펼쳐져 장관을 연출했습니다.
 
(사진=변소인 기자)
 
수백 년 된 나무 수형에 맞춤으로 입혀진 영상, 연못에 겹쳐 반사되는 빛, 종이를 켜켜이 쌓은 듯한 질감의 화면이 연속으로 이어지면서 한 편의 짧은 영화를 보는 느낌을 줬습니다. 한국 전통의 정서 위에 현대 기술을 얹은 방식이 퍽 자연스러웠습니다.
 
이 풍경을 감상하기 위해 사람들은 아직은 쌀쌀한 봄날의 저녁을 대기 시간으로 할애했습니다. 입장부터 영상을 감상하기 위한 행렬이 길게 늘어졌습니다. 앉아서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이 적어 일부만 착석하고 나머지는 서서 먼 발치에서 까치발을 들어야 하는 광경도 펼쳐졌습니다. 그러나 기다림의 가치가 충분히 있을 만큼 물빛연화는 볼만한 콘텐츠였습니다.
 
그러나 감상하는 내내 아쉬움도 피어올랐습니다. 고개를 들면 스마트폰 화면들이 시야를 방해하기 일쑤였습니다. 물빛연화를 보기 위한 좌석은 단차 없이 평평한 구조였습니다. 앞 사람이 스마트폰을 들어 올리는 순간 뒷사람의 시야는 그대로 막힙니다. 맨 앞줄에 자리 잡은 관람객이 공연 시작부터 끝까지 촬영을 멈추지 않았고 그 뒷줄 사람들도 투덜대더니 결국 자신들도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습니다. 도미노였습니다. 함께 간 친구는 관람 내내 스마트폰을 내려달라고 말하고 싶다며 들썩거렸습니다.
 
SNS에 올리거나 지인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합니다. 문제는 개인에게 주어진 손안의 카메라가 서로의 경험을 방해하는 구조로 작동한다는 점입니다. 멋진 장면을 남기려는 행위가 바로 그 장면을 망치는 아이러니였습니다.
 
일부 콘서트에서는 공연 막바지에 촬영 허용 시간을 별도로 두기도 합니다. 이번 물빛연화 공연 역시 촬영 허용 시간을 따로 두어 시야를 확보하는 장치를 마련하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우리는 경험을 기록하려다 더 멋진 경험을 스스로 방해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멋진 춘당지 앞 네모난 화면들이 함께 각인되던 봄밤이었습니다.
변소인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