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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간 도로가 남긴 황금연휴…질서는 없었다
입력 : 2026-05-04 오전 9:58:16
징검다리 연휴 첫날, 도로 위는 명절보다 더 무질서했습니다. 고속도로와 국도 곳곳이 막혔고 사고가 이어졌습니다. 문제는 단순한 교통량 증가가 아니라, 극심한 정체 속에서도 기본적인 질서와 배려가 무너졌다는 점입니다.
 
저도 서울에서 광주까지 이동하는 데 10시간 가까이 걸렸습니다. 이동 자체가 일상적인 수준을 벗어났습니다. 정체는 반복됐고 곳곳에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장시간 차량에 갇히면서 갓길에서 볼일을 해결하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교통 체계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는 신호입니다.
 
도로 위 분위기도 평소와 달랐습니다. 클락션 소리가 여기저기서 끊이지 않았습니다. 정체 구간마다 '칼치기'로 끼어드는 차량이 반복됐고, 길게 늘어선 차량 행렬 옆으로는 옆 차선을 이용해 새치기하는 얌체 운전자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질서를 지키는 운전자보다 이를 어기는 운전자가 더 빨리 움직이는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특히 눈에 띈 것은 위험한 운전 행태였습니다. '아이가 타고 있어요'라는 문구를 붙인 차량이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은 채 빠르게 내달리며 급정거를 반복했습니다. 관광버스 역시 차선을 수시로 바꾸며 곡예에 가까운 운행을 이어갔습니다. 정체가 길어질수록 운전은 더 공격적으로 변했고, 위험은 커졌습니다.
 
문제는 도로 위에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다리 수술로 휠체어를 탄 어머니가 장애인 화장실을 이용하려 했지만, 장애인 화장실 앞에도 일반 이용객들이 줄을 서 있었습니다. 한 이용객은 "여기가 더 빨라서요"라고 말했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이용하고 나오는 모습도 이어졌습니다. 정작 필요한 사람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정체를 피하려는 '조금 더 빠른 선택'이 도로에서는 사고를 낳고, 도로 밖에서는 피해로 이어졌습니다. 규칙과 배려를 지키는 사람이 오히려 손해를 보는 구조가 만들어졌고, 그 결과 혼란은 더 커졌습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을 제어할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혼잡 구간에 대한 관리와 단속은 체감하기 어려웠고, 장시간 정체 상황에서의 안전 관리 역시 미흡했습니다. 예측 가능한 연휴였음에도 대응은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정체를 피하려는 '조금 더 빠른 선택'이 도로에서는 사고를 낳고, 도로 밖에서는 피해로 이어졌습니다. 이번 연휴가 남긴 장면은 분명합니다. 차가 많아서 막힌 것이 아니라, 질서와 배려가 무너져 더 막혔습니다.
 
노동절 연휴가 시작된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잠원IC 인근 경부고속도로 하행선이 나들이 차량들로 길게 늘어서 있다.(사진=뉴시스)
 
김주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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