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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속 ‘기적’
입력 : 2026-05-04 오전 10:05:41
‘가늘고 긴 목’은 미학적으로는 칭찬일지 모르나, 신체 역학적으로는 꽤나 위태로운 구조다. 머리 무게를 이기지 못해 뻐근함이 밀려올 때마다 ‘나중에 운동으로 풀어야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렇게 40년 넘게 아슬아슬하게 버텨온 목은 결국 디스크로 무너졌고, 그제야 뒤늦은 절박함 속에 건강을 돌아보게 됐다.
 
(사진=유튜브 정선근TV 갈무리)
 
진단을 받은 뒤 가장 먼저 찾아온 고통은 지독한 불면이었다. ‘베개 유목민’이 돼 좋다는 베개를 수십 개나 사들여 바꿔가며 누워봤지만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수많은 실패 끝에 깨달은 점은 베개의 높낮이나 소재가 문제가 아니라,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척추 자체’가 문제라는 사실이다.
 
해결책을 찾아 헤매던 중, 유튜브 ‘정선근TV’를 보고 허리 디스크가 나았다는 후배의 말을 들었다. 영상을 처음 틀었을 때 댓글창의 반응은 가히 경이로웠다. 심각한 통증에 시달리던 환자들이 영상을 보고 삶을 되찾았다는 증언이 줄을 이었고, 마치 성서 속 “일어나 걸으라”는 기적이 유튜브 생태계 안에서 재현되는 듯했다.
 
채널의 진가는 토요일 저녁마다 열리는 ‘라방’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수많은 환자가 절박한 사연을 쏟아내면, 얼핏 ‘헬창’처럼 보이는 이 서울대 재활의학과 노교수는 직접 피드백을 건넨다. 사소한 생활 습관은 물론 ’배변 자세‘까지 세심하게 짚어준다. 본인의 저서에 해결책이 있는 경우 화면에 책을 띄워 직접 밑줄까지 그어가며 설명한다. 권위 있는 전문가가 환자 곁에서 밀착 소통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깊은 신뢰와 감동을 준다.
 
교수가 거듭 강조하는 핵심은 ‘기본 중의 기본’을 지키라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허리나 목이 아프면 근력 운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에 따르면 척추가 역으로 휘어진 상태에서의 근력 운동은 소용이 없다. 안에서 무너지고 있는데 바깥만 덧칠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요가와 필라테스, 웨이트 트레이닝까지 잘못된 자세로 하는 무리한 운동이 오히려 디스크를 찢고 척추를 망가뜨릴 수 있다는 대목에서는 무릎을 탁 칠 수밖에 없었다.
 
교수의 일침은 피트니스 업계를 넘어 거품 낀 의료계까지 정면으로 겨눈다. 근육을 풀어주는 비싼 도수치료나 신경주사 역시 일시적 마취에 불과하다는 것. 통증만 지워버리면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한 채 척추를 다시 함부로 쓰게 되고, 결국 더 크게 망가질 수밖에 없다는 경고다.
 
결국 모든 치료는 ‘환자 스스로 해야 한다’는 것이 교수의 확고한 철학이다. 실제 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진료 예약 페이지에 들어가면, 여느 의사들과는 전혀 다른 안내문이 걸려 있다. 자신이 진료실에서 해줄 수 있는 말은 이미 유튜브 영상과 책에 모두 담겨 있으니 그것을 보고 스스로 치료하라는 당부다. 나아가 상태가 호전되면 더 시급한 환자를 위해 예약을 취소해달라는 메시지까지 적혀 있다.
 
이 모든 과정은 유튜브라는 플랫폼의 ‘긍정적 효용’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구독자 165만명을 거느린 그는 이제 단순한 유튜버를 넘어 대중에게 ‘진짜 명의’로 추앙받는 스타가 됐다. 연 단위 예약 대기를 감수해야 하는 권위자가 진료실을 넘어 화면 밖 대중에게 대가 없이 정보를 나누고, ‘운동 만능주의’와 ‘과잉 치료’를 깨달은 사람들이 일상 속 사소하지만 결정적인 건강의 기본을 다시 배우고 있다. “가슴을 펴고 도도하고 경쾌하게 걸으라”는 교수의 단순명쾌한 조언처럼, 자신의 소신과 지식을 기꺼이 나누는 전문가가 많아질수록 100세 시대를 살아갈 우리의 삶도 조금 더 건강해질 것이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윤영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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