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후보자 공천을 빠르게 끝냈습니다. 공교롭게도 무든 후보가 새로운 얼굴로 물갈이됐습니다.
공천 과정에서 다소 잡음이 있긴 했지만 선거 준비는 순조롭게 마무리됐습니다. 아직도 공천을 끝내지 못한 제1야당과 비교하면 쾌조의 스타트입니다.
비교적 순탄하게 준비를 마친 민주당은 선거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서 또 한 차례 고삐를 조였습니다. 광역단체장 후보 중 현역 국회의원들의 사퇴 시점을 29일로 확정한 겁니다. 이로써 의석수 유지를 위해 선거 막판까지 뱃지를 쥐고 있을 꼼수의 가능성이 원천 차단됐습니다. 만약 현역 국회의원이 이달을 넘겨서도 의원직을 유지한 채 지방선거에 나섰다면 보궐선거는 내년에야 열립니다.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현역 의원들의 일괄 사퇴는 합리적 결정으로 보입니다. 사실 당연한 수순이지만 민주당에 마음을 투영하는 정도에 따라서는 현명하다거나 정의롭다고 할 수도 있을 겁니다.
민주당 입장에서도 크게 잃을 건 없는 결정입니다. 선거 결과에 따라 의석을 뺏기는 곳이 나올 수도 있지만 야인으로 지내던 이들에게 새로 기회를 줄 수 있다는 것만 해도 당의 자원을 넓히는 일이니까요. '우리는 세비를 낭비하지 않는다'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에도 안성맞춤입니다.
광역단체장 공천 완료부터 현역 의원 일괄 사퇴까지 이어진 과정이 깔끔한 반면 보궐선거 후보자를 고르는 과정에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전재수 의원의 부산시장 출마로 보궐선거가 치러질 부산 북갑 얘깁니다.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왼쪽)이 지난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은 이 지역구에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을 공천하려는 태세입니다. 하 수석이 출마 결심을 굳힌 건지도 불투명한 가운데 당이 8부 능선을 넘었다며 보채는 형국이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저녁 하 수석의 사직을 재가했으니 출마 선언은 이튿날인 29일로 점쳐집니다. 현직 의원이 사퇴하는 당일 후임자가 오는 격입니다.
부산 북갑은 전 의원이 3선에 성공한 지역구이자 부산 내 18개 의석 중 민주당이 차지한 유일한 곳이죠. 얼마나 귀한 지역구인지, 상징성이 어느 정도로 클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 대통령의 총애를 받는 참모를 모셔온 거겠죠. AI 대전환(AX)을 포함한 AI 경쟁력 키우기가 비수도권 도시에게 중요한 일이니 AI 전문가인 하 수석이 제격이라는 계산도 거쳤을 겁니다. 하 수석이 부산 북구 출신이고 전 의원과 고등학교 동문이라는 인연도 한몫했을 겁니다.
재·보궐선거 공천은 중앙당의 권한이라고 하니 절차적 하자는 없을 겁니다. 그렇다고 해도 이번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 준비 과정이 나름 탄탄했던 점을 감안하면 중앙당의 하 수석 부산 북갑 내리꽂기는 아쉬운 뒷맛을 남깁니다. 청와대 생활 전에는 공직을 경험해보지 않은 하 수석이 의원직을 잘 수행할지도 불확실한 데다 국가 차원의 AI 발전을 이끌 전문가를 당의 필요에 따라 차출한 셈이니까요.
출마 선언문에는 아마도 자신이 나고 자란 지역에 AI 산업의 뿌리를 내리고 싶다는 등의 명분이 담기겠죠. 당이 출마를 종용했던 명분과도 어느 정도 일치할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뒷말 없는 선거를 위해 출마예정자들의 뱃지를 과감히 포기하는 결정에는 충분한 명분이 내포됐습니다. 보궐선거에서 새 의원을 뽑아야 하는 유권자의 권리를 보장한다는 명분이죠. 하 수석 출마의 경우는 다릅니다. 당과 출마예정자의 명분이 갖춰졌다고 능사가 아닙니다. 하 수석은 유권자인 부산 북구 주민들에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생경한 인물이었습니다. 유권자의 명분은 충분히 고려됐을까요. 부산 북구 출신 국회의원을 떠나보내는 유권자들에게 하 수석 공천이 달가울지 매우 궁금합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