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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 총수 지정 이번엔 과연
입력 : 2026-04-28 오후 5:28:44
김범석 쿠팡Inc 의장 (사진=뉴시스)
 
국내 유통 질서를 뒤흔들고 한미 외교정책 갈등까지 유발하고 있는 쿠팡은 더 이상 미국기업이라는 이유로 국내에서 용인하기 어려운 단계에 이르렀다. 시장 지배력과 사회적 영향력은 이미 대기업집단 수준이지만 역대 최대 규모의 정보 유출에 대해 핵심 임직원 누구하나 책임지지 않고 있고, 우리 당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로비력으로 한미 외교 정책까지 위협하는 쿠팡을 제재할 마땅한 법적 수단이 없다.
 
창업자인 김범석 의장은 쿠팡의 의사결정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다. 그럼에도 법적으로는 총수로 묶이지 않는다. 명목상 이유는 해외 법인 중심 지배구조와 국적 문제다. 하지만 시장의 시선은 다르다. 실질은 총수, 제도상은 예외라는 이 괴리는 납득하기 어렵다.
 
총수 지정은 형식적인 절차가 아니다. 기업집단의 사익편취 규제, 내부거래 감시, 책임 귀속을 가능하게 하는 출발점이다. 다시 말해 누가 책임지는가를 명확히 하는 장치다. 이 장치 밖에 있다는 것은, 그만큼 감시와 책임에서도 비껴나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쿠팡의 경우가 특히 문제적인 이유는, 지배력과 책임 사이의 간극이 지나치게 크다는 점이다. 창업자는 영향력을 유지하면서도 규제 리스크는 상대적으로 낮다. 이는 결과적으로 동일한 시장에서 경쟁하는 다른 기업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낳는다. 어떤 기업은 총수 규제를 받는데, 어떤 기업은 구조를 이유로 피해간다면 공정 경쟁이 성립하기 어렵다.
 
이 지점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것이 이른바 로비 논란이다. 쿠팡의 대관 로비는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에서까지 위력을 발휘하며 우리 시장과 정부를 뒤흔들고 있다. 로비력 하나로 매출의 90%이상을 대한민국에서 올리고 있고 연간 매출 규모가 50조원에 육박하고 있는 초대형 기업의 총수인 김범석은 2021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처음 지정된 이후 5년간 동일인 지정 예외 요건을 충족한다는 당국의 판단 아래 사익편취 규제와 지배구조·내부거래·주식소유·지주회사 현황 등 공시·신고 의무에서 벗어나 있다.
 
왜 유독 쿠팡만 예외인가. 왜 제도는 이 기업과 김범석 앞에서 멈춰 서 있는가.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이 제시되지 않는 한, 정책 결정 과정 전반에 대한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한국의 공정거래 규제는 오랜 기간 재벌이라는 전통적 기업집단을 기준으로 설계돼 왔다. 쿠팡처럼 글로벌 지배구조를 갖춘 플랫폼 기업은 그 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그러나 사각지대라는 이유로 규율을 유보하는 순간, 그 공백은 곧 특혜가 된다.
 
더 큰 문제는 선례다. 쿠팡의 사례가 굳어지면, 다른 기업들도 유사한 지배구조를 통해 규제를 회피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제도가 특정 기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순간, 규제는 무력해지고 시장의 신뢰는 무너진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신중함이 아니라 명확함이다. 김범석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것인지, 아니면 글로벌 기업에 맞는 새로운 기준을 만들 것인지 분명한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지금처럼 애매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사실상 방치에 가깝다.
 
쿠팡은 이미 한국 경제에서 예외가 아니라 표준에 가까운 영향력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규제 역시 그 위상에 걸맞아야 한다. 책임 없는 지배력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제도가 이를 따라잡지 못한다면, 그 비용은 결국 시장 전체가 떠안게 되고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남는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이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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