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 여파로 고유가·고환율이 고착화되자, 항공업계 전반에서 고용 위기 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 일부 항공사들은 다시 무급휴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에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다만 업황이 나빠질 때마다 반복되는 무급휴직을 두고, 정부 지원을 위한 명분 축적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일 인천국제공항에서 항공기가 이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8일 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전날 김포공항에서 항공·관광업계와 ‘제5차 비상고용 노동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에어로케이항공, 파라타항공 등 8개 항공사의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업계는 고용유지지원금 요건 완화와 절차 간소화,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등을 통한 지원 확대를 요구했다.
항공사들은 중동 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하기 시작한 3월 중순 이후 국제선 운항을 대폭 줄이고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치솟으며 비용 부담이 급격히 커진 탓이다. 일부 항공사는 무급휴직 신청까지 받고 있다.
청주국제공항을 거점으로 하는 LCC 에어로케이항공은 최근 객실·운항승무원을 대상으로 무급휴직 신청을 받고 있다. 티웨이항공에 이어 두 번째다. 다른 LCC들도 감편에 따른 잉여 인력 발생을 이유로 무급휴직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이런 대응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항공업계는 그동안 중동 정세 불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코로나19 등 외부 충격이 발생할 때마다 같은 방식으로 버텨왔다. 운항 횟수를 줄이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잉여 인력을 쉬게 하고, 나아가 정부 지원을 요청하는 패턴을 반복해 왔다. 외부 변수에 취약한 항공업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고용이 가장 먼저 조정되는 관행이 굳어졌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일부 LCC는 사업 확장기에는 기재와 인력을 공격적으로 늘렸다가, 업황이 꺾이면 곧바로 인력부터 줄이고 있다. 에어로케이항공은 2021년 취항 이후 한 번도 영업이익을 내지 못했음에도 기단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티웨이항공 역시 대형기를 공격적으로 들여오기 시작한 2024년 2분기 이후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6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수익 기반이 취약한 상태에서 외부 충격이 가하자 고용부터 흔들리는 구조가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다시 지원에 나설 경우 ‘도덕적 해이’ 논란도 피하기 어렵다. 경영 판단의 결과와 구조적 취약성을 세금으로 메우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적지 않다. 항공산업 특성상 외부 변수 영향을 크게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위기 때마다 무급휴직과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방식이 지속 가능하냐는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