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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파랑
입력 : 2026-04-27 오후 5:09:59
 
초록 나무 아래 그늘. (사진=뉴시스)
 
최근 ‘고기능 우울증’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일상을 무리 없이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면에서는 깊은 무기력과 우울을 겪는 상태를 일컫는 말입니다. 해야 할 일은 해내고 관계도 유지하지만 정작 자신의 감정은 뒤로 밀려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괜찮아 보인다'는 이유로 그 신호가 쉽게 지나쳐지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처럼 보이지 않는 감정의 층위를 안고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도, 계절은 어김없이 바뀝니다.
  
초록과 파랑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어디를 가도 푸른 나무를 마주할 수 있는 봄입니다. 파아란 하늘 아래 노오란 햇빛이 쏟아지면 눈이 부셔 고개를 들기 어렵지만, 그 따스함을 온전히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한 하루가 됩니다. 싱그러운 녹음이 전해주는 상쾌한 공기는 흐릿해진 뇌를 맑게 씻어내는 듯합니다. 이런 날이면 미소가 절로 번지고, 무거운 돌로 짓눌려있는 것만같은 마음도 조금은 가라앉는 기분이 듭니다.
 
세상은 쉼 없이 돌아갑니다. 매일 새로운 일들이 생겨나고, 우리는 그 속에서 끊임없이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갑니다. '나'로 태어났지만, 온전히 '나'의 일상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관계 속에서는 언제나 좋은 감정만 피어나는 것도 아닙니다. 때로는 붉은 분노가 일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답답함이 쌓입니다. 물론 따뜻한 사랑이 스며들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순간들이 더 자주 찾아오기도 합니다.
 
그럴 때, 자연이 건네는 이 계절의 장면들을 잠시 붙잡아 보는 것은 어떨까요. 초록의 나무와 파란 하늘을 가만히 바라보며, 마음속에 '초록파랑'의 감각을 채워 넣는 것입니다. 겉으로는 괜찮은 하루를 살아내고 있을지라도, 그 안의 나를 돌보는 시간은 여전히 필요합니다.
 
이 계절은 다시 돌아오겠지만, 지금의 이 빛과 공기는 오래 머물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오늘의 봄을 충분히 느껴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이혜지 기자 zizi@etomato.com
이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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