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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는 아이
입력 : 2026-04-27 오후 5:14:04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습니다. 유모차 한 대가 안으로 밀고 들어왔고 유모차 바퀴가 함께 타던 여성의 발 위를 지나갔습니다. 짧은 순간이었습니다. 사과 한마디면 끝날 일이었습니다.
 
(이미지=챗GPT)
 
사과가 없자 발을 밟힌 여성의 딸이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사과하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유모차를 밀던 여성은 침묵했습니다. 대신 그 옆에 있던 어머니가 나섰습니다. "급하게 끼어드는 바람에 그렇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좁은 엘리베이터 안은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두 쌍의 모녀가 각자의 의견으로 대치했습니다. 목소리는 점점 커져갔습니다. 처음에 사과를 바라던 딸을 말리던 어머니도 이번에는 함께였습니다. 반대편 모녀가 자신의 딸을 비난했기 때문입니다.
 
유모차를 몰던 여성은 '아줌마!'라며 날카로운 소리를 냈습니다. 같은 말들이 반복되자 이 여성은 욕까지 퍼부었습니다. 비아냥거리며 욕을 섞은 모녀 탓에 상대편 모녀는 약이 바짝 올랐습니다.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문이 열리는 순간, 몸싸움이 벌어졌습니다. 한쪽 모녀가 상대방의 이탈을 막았습니다. 다른 한쪽의 모녀는 길을 막는 이들을 저지하며 내리느라 결국 육탄전이 돼버렸습니다. 멱살을 잡고 발을 차고 결국 양쪽 모두 상처를 입었습니다.
 
이들은 경찰을 불렀습니다. 경찰은 양쪽을 분리해 자초지종을 들었습니다. 한치의 양보도 없는 비난이 이어졌습니다. 사과 한마디면 끝났을 이야기가 경찰 조서로 이어질 기로에 놓이게 됐습니다.
 
그 와중 저를 가장 놀라게 한 것은 유모차 안의 아이였습니다. 성인인 저도 깜짝 놀랄 정도의 고성이 오가고 어른들이 서로를 밀치는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길을 지나던 다른 아이가 놀라 울음을 터뜨릴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그 소란의 한가운데 유모차 속 아이는 울음은커녕 재미있다는 듯 현장을 바라봤습니다. 옅은 미소를 짓기도 했습니다. 저에겐 그 장면이 가장 기이했습니다.
 
아이는 낯선 자극에 민감합니다. 큰 소리, 긴장된 공기, 어른들의 날선 표정을 아이들은 고스란히 읽습니다. 아무래도 유모차에 탄 아이가 울지 않았던 것은 이런 장면들이 익숙했던 것 아닐까 싶습니다. 아이에게는 낯선 상황이 아니었던 것 아닐까요?
 
웃는 것이 보기에는 좋지만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닙니다. 상황에 맞는 적절한 반응이 건강한 반응입니다. 이 아이는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그동안 자라면서 무엇을 보았고, 앞으로 무엇을 배우게 될까요. 걱정이 앞섰습니다.
변소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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