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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년 전, 칼 세이건의 예언
입력 : 2026-04-27 오후 7:17:2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지시간 23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의료비 절감 관련 행사 중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AP/뉴시스)
 
[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나는 나의 아이들이 살아갈 미국에 대해 불길한 예감을 갖고 있다."
 
미국의 천문학자이자 과학저술가 칼 세이건(Carl Sagan)은 1995년에 출판된 저서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The Demon-Haunted World)'에서 이 같은 우려를 표현했습니다. 기술은 소수에게 집중되고, 대중은 점점 복잡한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게 되며, 결국 '지식에 기반한 의문조차 제기하지 못하는 상태'에 이를 것이라는 진단이 이 책에 담겨있습니다.
 
이 저서가 나온 지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이 경고는 결코 낯설지가 않습니다. 짧아진 콘텐츠와 단순해진 메시지, 감정에 호소하는 정치 환경이 자리 잡았습니다. 사실보다 '기분 좋은 주장'이 더 빠르게 확산되는 구조도 일상이 됐습니다. 세이건이 지적한 '무지에 대한 찬양' 역시 더 이상 과장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이 같은 변화는 미디어 환경과 맞물려 가속됐습니다. 세이건이 비판했던 30초짜리 사운드바이트(Sound bite, 인터뷰·연설 등 긴 오디오나 영상에서 핵심적인 내용을 담아 발췌한 10~20초 내외의 짧은 음성·영상)는 이제 10초 안팎으로 줄었습니다. 틱톡(TikTok) 등 숏폼 플랫폼에서 정보의 전달 속도는 빨라졌지만 맥락은 충분히 설명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결과 이해하기 쉬운 메시지가 사실 여부보다 먼저 선택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정치 역시 이 같은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도널드 트럼프의 재등장 이후 미국 정치에서는 사실 검증보다 감정 동원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복잡한 문제는 단순한 구도로 환원되고 데이터보다 직관이 앞서는 장면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온라인 공간에서도 유사한 양상이 나타납니다. 같은 글을 두고도 해석은 진영에 따라 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자체에 대한 논의보다 감정적 반응이 먼저 표출되는 구조입니다.
 
이는 세이건의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습니다. 대중이 스스로 질문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사회는 지식이 아니라 감정에 의해 움직이게 된다는 지적입니다. 서로 다른 해석이 공존하는 것을 넘어 애초에 '사실을 확인하려는 시도' 자체가 약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 경고는 더욱 무겁게 다가옵니다.
 
31년 전의 경고는 지금 '예언'처럼 읽히고 있습니다. 다만 그 내용은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현재의 풍경에 가까워 보입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송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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