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경남 진주시 CU 물류센터 집회 현장에서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조합원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친 사건은 다단계 하청 구조와 사용자성 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잘 드러냅니다.
CU 편의점이 속한
BGF리테일(282330)은 물류 자회사와 운송사, 그리고 개별 화물노동자로 이어지는 다단계 구조를 통해 운영되고 있으며, 노동자들은 운임과 물량, 노동조건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주체로 원청을 지목해왔습니다. 반면 회사 측은 계약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해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교섭 요구와 거부가 반복되며 갈등이 누적됐고, 물류 출차를 둘러싼 현장 충돌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대체 차량 투입과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고, 결국 인명 피해로 이어졌습니다.
정부 역시 이번 사건의 원인을 구조적 문제로 보고 있습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다단계 하청 구조 자체가 갈등의 근본 배경이라고 지적하며, 원청인 BGF리테일이 교섭 주체라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이는 기존에 논쟁이 이어져온 '사용자성' 문제에 대해 정부가 방향성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됩니다. 노란봉투법은 원청과 하청노조 간 교섭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실질적 지배력'이나 '구조적 통제'와 같은 개념이 구체적으로 어디까지 적용되는지는 이제 막 판례 형성이 시작되는 국면입니다. 이 때문에 기업은 사용자성 인정 여부에 대해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고, 노동계는 실질적 책임 주체와의 교섭을 요구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결국 '누가 교섭 상대인가'라는 문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는 겁니다. 이번 사건처럼 교섭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대치가 장기화될 경우, 인명 피해 뿐만 아니라 물류 차질이나 소상공인 피해 등 2차 영향도 확대될 수 있습니다.
향후 쟁점은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 그리고 교섭 의무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로 모아집니다. 다만 현장의 시각은 조금 다릅니다. 법적 판단과 별개로, 실제로 누가 물량과 운임,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이미 드러나 있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이른바 '진짜 사장'이 누구인지 이미 당사자들은 알고 있지만 모른척 한다는 것입니다.
이제 남은 선택지는 많지 않습니다. 법이 개정됐음에도 형식적 계약을 앞세워 책임을 미루는 방식이 계속될 것인지, 아니면 실질적 권한을 가진 주체가 교섭에 나서며 구조를 바꿀 것인지 입니다. 이번 사태는 그 선택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2일 경남 진주시 정촌면 BGF로지스 진주센터 인근에 지난 20일 사고로 숨진 A씨를 추모하는 합동분향소가 차려져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