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에서는 우리의 외침을 배부른 돼지의 욕심으로 치부한다. 하지만 이는 글로벌 굴지의 기업을 만든 피와 땀, 가치를 온전히 인정받기 위한 것이다.”
지난 23일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조합원들이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안정훈 기자)
지난 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노조 집회에서 홍광흠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이같이 외쳤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 대비 낮은 실적 보상, ‘실적이 저조할 때는 성과급이 크게 줄어드는 반면 호황기에는 왜 제한이 있어야 하느냐’는 문제의식이다. 이날 집회는 묵혀 있던 불만이 분출된 장면으로 볼 수 있다.
노조에 따르면 이날 집회에는 약 4만명이 참석했다. 삼성전자 전체 임직원이 약 12만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배부른 돼지의 욕심’으로 치부하기에는 적지 않은 규모다. 성과급에 대한 문제의식이 내부적으로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제는 노조의 공격적 행보가 외부 공감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조 스스로 ‘배부른 돼지의 욕심’이라는 표현을 꺼냈듯, 세간의 시선은 오히려 냉담하다. 역대급 호황 국면에서 왜 하필 지금이냐는 반응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 한 노동 분야 전문가는 “쟁의하기 좋은 때는 없다”고 지적했다. 실적이 나쁘면 ‘어려운 상황에서 왜 쟁의를 하느냐’는 비판을 받고, 실적이 좋으면 ‘한창 성장할 때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을 받는다는 설명이다.
그렇다 해도 삼성 노조를 향한 인식이 다소 과도한 측면도 있다. 요구 규모가 지나치게 크게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올해 증권가에서 전망하는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은 약 300조원 수준이다. 이 중 15%는 약 45조원에 해당한다. ‘15%’라는 비율이 ‘수십조원대 요구’로 받아들여지는 구조다. 더구나 이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예상 이익이라는 점도 함께 고려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노조의 역할도 크게 한 몫 했다. 18일(5월21일~6월7일) 파업 시 하루 1조원, 총 18조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이 대표적이다. 천문학적 수치가 부각되면서, 결과적으로 노조는 ‘45조원 보상을 위해 수십조원대 피해를 조장하려는 집단’으로 비춰지는 역효과를 낳았다. 그 과정에서 전체 임직원의 3분의 1이 공감한 사안이라는 본질은 상대적으로 가려졌다.
내부 공감대를 확보한 노조는 이제 외부 설득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주주와 시민들에게 ‘45조원’이 아닌 ‘15%’, 즉 실적에 연동된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보다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 샐러리 캡(Salaray Cap·스포츠 팀 내 연봉 총액 상한을 걸어두는 제도)을 반기는 노동자는 없다. 성과에 따른 보상은 누구나 기대하는 보편적 요구이기 때문이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