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 23일 이재명 정부 부동산 정책을 평가하는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참석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현 정부가 '대책'만 있지 '정책'이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날카로운 지적입니다. 대책은 문제가 터질 때마다 내놓는 처방이고, 정책은 방향을 정하고 일관되게 밀어붙이는 설계입니다. 다주택자 대출 만기 연장 금지,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검토, 비거주 1주택자 전세대출 제한까지. 연이어 쏟아지는 규제들은 분명 강합니다. 그러나 강한 것과 옳은 것은 다릅니다. 투기 수요를 끊겠다는 의지는 읽히지만, 이후를 어떻게 채울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 가운데 시장은 엉뚱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전세 매물이 없어 집도 보지 않고 계약하는 '노룩' 거래가 속출하고, 아파트 전세를 포기한 세입자들이 빌라·오피스텔로 밀려나고 있습니다. 숫자가 모든 걸 말해줍니다. 서울 전세 물량은 3년 새 64% 급감했습니다. 올해 들어서만 넉 달 만에 31%가 사라졌습니다. 전세수급지수는 2021년 전세 대란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고, 오피스텔 입주 물량은 27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습니다. 집값 안정을 외치는 사이, 정작 세입자들의 주거 안정은 흔들리고 있는 겁니다.
문제의 본질은 여기에 있습니다. 집값 안정과 주거 안정은 같은 말처럼 들리지만 전혀 다른 목표입니다. 집값을 잡기 위해 다주택자의 빚줄을 끊는 것과 서민이 살 집을 확보하는 건 때때로 충돌합니다. 다주택자 규제가 강화될수록 민간 임대 공급의 씨가 마릅니다.
집주인은 매물을 거두고, 전세를 월세로 돌리고, 신규 임대 사업을 포기합니다. 투기를 잡으려다 세입자의 선택지를 좁히는 역설입니다. 강한 '대책'이 '정책'을 대신할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부작용인데요. 이 때문에 우린 강한 대책일수록 '예외 조항'을 두곤 하지만, 이번에는 아예 금융과 부동산의 고리를 끊어버렸습니다.
지금 정부가 주거 안정을 원한다면 수요 억제만으론 부족합니다. 민간 임대 공급이 숨 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비아파트 착공이 다시 살아나도록 공급 규제를 풀어야 합니다. 대출을 끊는 것만큼이나 집을 짓는 일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는 뜻입니다. 대책은 넘쳐나는데 정책이 없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은, 결국 방향 없이 불을 끄는 데 급급하다는 뜻입니다. 세입자들은 지금 이 순간도 매물을 찾아 발품을 팔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투기와의 전쟁 선언이 아니라, 당장 들어갈 수 있는 전셋집일 수 있습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